“그런데 매일 무슨 일을 하세요? 주변에서 일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던데.”
순례길에서의 어느 날, 소년이 여자에게 물었다.
“응. 원래는 교육국에서 비서업무를 했어. 그런데 동생이 아프면서 일을 쉬면서 동생을 돌보다가… 동생이 요양원에 입원한 뒤로는 청소 일을 하고 있어.”
“청소요? 요즘엔 청소도 다 로봇이 하지 않나요?”
“응 맞아. 우리 눈에 보이는 곳은 로봇 청소부가 청소를 하지.
그런데 내가 일하는 곳은 청소 로봇이 들어가기 힘들어. 그래서 사람이 들어가야 하지.”
“그런 곳이 있나요?”
“저기 저 도시 아래 깊은 곳에 있는 하수 시스템. 우리 도시의 하수 시스템이 100년의 역사를 가졌다는 거 알아? 저기 저 아래 하수관은 아주 옛날에 만들어져서 되게 좁거든. 처음 청소업무를 로봇이 하게 되면서, 거기에도 작은 사이즈의 맞춤 로봇을 내려보내기 시작했는데, 틈새에 껴서 자주 고장 나고 망가졌대.”
여자는 소년의 얼굴을 살피며 친절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물론 하수관들을 겹겹이 개보수를 해오긴 했지만, 보수하기 한계가 있는 좁고 굴곡진 특정 부분에서 고질적인 문제가 발생한 거지. 로봇들이 지하 깊은 곳에서 망가지면 처치하기도 곤란하고 오히려 하수 기능이 마비되니까, 그쪽은 우리 사람들이 다시 내려가서 점검하게 된 거야.”
“너무 더럽지 않나요? 사람이 일할 수가 있나요?”
“당연히 너무 더럽지… 나 처음엔 진짜 힘들었어. 겹겹이 보호복을 입어도 한계가 있더라고. 집에 와서 몇 시간을 비누로 닦고 또 닦아도 씻겨지지 않는 것 같고…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둡고 더럽고 추한 곳에서 일하다 보면, 마음이 이상하게도 편안해지더라고.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동생의 아픔을 직면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씻어지더라고.. 그래도 나 아직도 매일 아침 스스로의 마음과 싸우고 있어. 내려가기 싫어서…”
여자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짧게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이어나갔다.
“사실 동생을 잃은 후로, 모든 무섭고 어둡고 더럽고 추한 것에 직면하기로 다짐했거든. 그래서 매일 그 아래로 내려가면서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으려고 노력해.”
소년은 무슨 말인지 정확히 이해하긴 힘들었지만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로봇도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고, 청소부들끼리 모여서 농담을 하기도 해. 우리 도시가 너무 오래되고 낡아서, 로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틈이 생긴 거야. 그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일이라는 점이 좀 아쉽긴 하지만…”
여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아주 작은 먼지들도 잘못 쌓이기 시작하면, 우리 도시의 하수시설은 쉽게 마비되고, 우리는 이 도시에서 살아갈 수 없게 돼버리거든. 그래서 같이 일하는 동료들 모두, 힘들지만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어”
“그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라곤, 저는 정말 상상도 못 했어요.”
소년의 마음속에 존경스러운 마음이 일었다.
“그래도 위험수당도 높고… 인력난이 심해서… 돈은 엄청 많이 받아. 우리 동생이 요양원에 입원해서 가상세계에 맘껏 접속할 정도로 충분히…”
여자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