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한 것들을 그대로 보여줬을 때 터지는 유머
<변심>(2020)은 박충환, 신주환 두 배우들이 연출한 코믹 스릴러 영화다. 재미있게도 두 감독 모두 영화 속에 등장하며 크고 작게 연기를 병행하며 연출한 작품이다.
스토리라인은 간단하다. 희준, 근섭, 충환은 우애가 깊은 친구들이다. 셋은 우정여행으로 1박 2일간 '네버랜드'로 떠난다. 섬에 가기 전, 후에도 셋은 우정을 확인하며 서로를 위해 서면 뭐든지 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 다음날 아침. 희준이 사라져 있고 외진 곳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근섭, 충환이 달려간다. 달려간 곳에는 희준이 뱀에 물려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두 사람은 전화가 되지 않는 위급 상황에서 친구의 가려진 부위를 마주한다.
30여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생각하면, 스토리 라인은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메인 플롯에 해당하는 스토리 라인과 벗어나 있는 캐릭터들이 유머 포인트로 작용하는 시간이 너무 긴 탓과, 더불어 과도하게 깔린 복선 때문이다. 그 복선들은 세 친구들의 우정을 시험할만한 상황이 올 것임과, 심지어 희준이 엉덩이를 뱀에게 물릴 것까지 예측하게 하지만, 영화의 한방은 이 과도한 복선에서부터 온다.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 장면이 주는 유머와 경악스러움은, 관객이 기대하게끔 상황을 뻔하게 몰고 간뒤 그것을 결국엔 보여준다는 사실과, 상상하지 못한 구도에서 온다. 어쩌면 친구를 세명으로 설정한 이유가 이 샷을 위함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익숙한 캐릭터의 변주에서 오는 유머다. 메인 플롯과 연관되지 않은 인물인 '후크선장'이 머릿속에 남는 이유가 그것이다. 험악하게 생긴 외모와 거기서 파생되는 스릴러적 분위기를 깐 뒤, 허무하게 맥을 끊어버리는 식의 코미디 연출이 성공적일 수 있던 큰 힘은 변주에서 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제작되는 대다수의 단편영화들이 띄고 있는 무거운 드라마나 사회적 현상을 전혀 담지 않음에서 이 영화는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 물론 영화의 매무새가 떨어지는 것과, 불필요한 설정들과 단조로운 이야기, 클리셰적인 설정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차기작으로는 이런 것들이 보완되어 박장대소할만한 B급 영화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남는 영화였다.
* 단편영화 <변심>은 엔픽플 오리지널 작품으로 엔픽플 가입 후 바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