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 수련회를 무사히 다녀왔다. 평소엔 한 학년이 다 손바닥 위에 있다고 느끼는데 막상 밖에 데리고 나가려 하면 다 내가 쳐놓은 울타리 밖으로 다 나가 버릴 것 같은 기분. 인솔을 한 두 번 가는 것도 아닌데 갈 때마다 긴장하고 불안하다.
어쨌든 잘 도착했고 잘 놀았고 잘 돌아왔다. 3일 내내 비가 올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활동할 만큼은 날씨가 개 주었다. 내가 날씨 요정이라고 큰소리 땅땅 쳤는데 구라가 진짜 통해 버렸다? 한 것도 없이 뿌듯했다.
낮에야 교관들이 잘 통솔해 주니 가기 전부터 별 생각 없었는데(사실 애들이 말 안 듣거나 어리바리 할까봐 걱정 했다) 밤에 안 자고 설칠까봐 긴장 많이 했다. 그런데 낮에 프로그램이 빡빡하게 돌아가서 그런지 전부 비교적 일찍 잤다. 쌤 저희 밤새도 돼요?!하던 애들이 열한시쯤 되니까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다. 물론 안 자고 속닥대던 애들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놀러와서 그 정도 낭만은 있어야지 싶에 모른 척했다. 방에 들어갔더니 누워서 까불거리는 놈들한테 까불면 밟아버린다! 하는 협박과 밟는 제스처를 취하는 퍼포먼스도 보여 줘야 했다.
자빠져서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즐겁게 놀고 이불도 잘 정리하고 분리수거도 잘 하고. 밖에 나오면 체면을 차리려는 건가. 왜 더 모범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학교가 편하니 좀 더 맘대로 하는 거겠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장이 되어 갖고 눈치가 없어서 선생님들을 너무 쉼없이 굴렸다. 좀 여유있을 때 쉬시라고 해야 되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질 못했다. 이런 센스가 있는 사람이 부장이 돼야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
수련회는 돌아와서도 문제다. 2박 3일 막 움직이다 왔으니 애들이 푹 퍼져서 수업이 안 되었다. 나도 만사 제쳐놓고 수련회만 생각했더니 그 만사가 한꺼번에 몰려와서 정신이 없고. 집에 와서는 너무 피로해서 그냥 기절해 버렸다.
주말이 되니 그래도 정신이 좀 든다. 우리집 애들도 눈에 좀 보이고. 주말동안 미뤄뒀던 가사일도 좀 하고 빨리 정상 상태로 복귀해야겠다. 방학을 맞으려면 할일이 태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