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를 다녀와서 방학 준비가 너무 바빠 일기를 쓸 틈이 없었다. 그래서 뒤늦게 기억을 더듬어 써본다. 안 쓰고 넘어가지 뭐라고 생각하다가 괜히 뭔가 빠뜨린 기분이 들어 안 쓰고는 못 배기겠다.
학생 때는 기말고사 이후와 방학 사이가 방학보다 좋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적당히 영상이나 보고 공부할 필요도 없고 공부할 필요가 없으니 선생님들도 온화하고. 그런데! 선생이 되고 나서는 너무너무너무 고통스러운 기간이 되어 버렸다. 올해는 중학교 1학년들이라 성적처리는 할 필요가 없었지만 대신 생활기록부를 마무리해야 해서 정말 바빴다. (방학하기 전에 사인받아야 하는 것과 상줄 것들을 마무리해야 해서 마냥 생기부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학교로 오면 생기부에서 좀 자유로워지나 했는데 웬걸. 별 차이도 없다.
이 와중에 각 부서에서 방학 중 행사에 참여할 애들을 뽑아 달라고 연락이 온다. 학교에 있다 보면 방학이 걱정되는 아이들이 종종 있다. 바빠 미칠 지경이라 모니터에 눈을 둔 상태로 누굴 뽑을 것인지 의논한다. 그냥 아무나 뽑으면 어때 싶기도 한데 이왕이면 집에서 케어를 못 받는 아이가 나오면 좋을 것 같아 꼭 회의 과정을 거친다.
또 이 와중에 각종 행사. 벼룩시장이나 미니콘서트 같은. 각자 다 의미가 있고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들이다. 아이들이 행사 가 봤느냐고, 어땠냐고, 자기가 행사 주관했다고 이리저리 물어보니까 꼭 한 번 가보고 물음에 답해야 한다. 안 가봤다거나 잘 모른다고 답하면 아주 크게 실망들을 하신다. 꼭 짬을 내어 가봐야 구체적으로 감상을 말할 수 있다. 나원참.
올해는 특히 이 와중에 둘째가 아팠다. 막 설사를 하고 열도 나서 우리 부부가 번갈아가면서 지각과 조퇴를 반복해야 했다. 방학은 다가오는데 집에서 아픈 애와 덩그러니 남겨져 있으니 참 기분이 묘했다. 마음이 급한데 한편으론 애가 아픈데 어쩔거야,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마음. 출근했더니 우리 학년실 선생님들이 내 구멍을 다 메워주어서 정말 감사, 압도적으로 감사했다.
그렇게 방학식이 끝나고 조용해진 학교에서 혼자 남아 자유학기 보고서를 마무리하고 나니 진정 방학을 맞이한 느낌이었다. 실컷 얻어맞고 그로기 상태로 경기를 끝낸 격투기 선수의 기분이 이럴까. 어쨌든 여름이 왔고 방학이 되었다.
그리고 방학 첫 주. 같이 방학을 맞이한 첫째가 아프기 시작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