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만큼 방학 첫 주를 고생스럽게 보낸 적이 있나 싶다. 방학 직전 둘째의 설사병을 겨우 막아내고, 방학하자마자 첫째가 열이 40도까지 올랐다. 무려 5일 동안이나! 아마 한 학기 동안 학교 다니느라 힘들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병원을 들락날락하며 겨우 열을 잡고 나니 이번엔 둘째가 열이 난다. 아니 넌 또 왜! 열이란 놈은 항상 밤에 와서 아내가 잠도 못 자고 고생을 많이 했다. 그렇게 2주 넘게 싸우다가 방학 첫 주가 다 지나가 버렸다.
방학 첫 주는 우리 부부에게 매우 소중하다. 학교 방학과 어린이집 방학이 아직 도래하지 않아 어른들만 낮에 집에 있는 시간이 하루이틀 정도 나기 때문이다. 이 때는 둘만 가까운 곳으로 데이트도 나가고, 카페에 가서 커피도 한 잔 마실 수 있다. 나가서 기껏 하는 얘기라야 첫째가 어떻고 둘째가 뭘 했고 이런 것들이지만 그래도 둘이서 시간을 보내고 나면 상대에 대한 애정이나 관심이 좀 충전되는 느낌이 난다.
그런데 이번엔 그런 시간이 훨훨 날아가 버려서 아쉽고 애석했다. 그런데 투덜거릴 여유도 없었던 것이, 다음 주에 가족 여행이 예정되어 있었다. 우리 부부는 가족여행을 망치지 않도록 출발일 전까지 새끼들의 컨디션을 정상으로 만들어야 했고, 그래서 더 필사적으로 간호했다. 다행히 출발하기 전에 둘 다 정상으로 돌아와서 무사히 여행을 출발할 수 있었다. 혹시 몰라 캐리어에 체온계와 해열제를 챙겨가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