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어떤 선생님이 2월에 할 일이 잔뜩이라 바쁘다는 쇼츠(릴스였나?)를 올렸다가 누리꾼들에게 된통 욕을 먹었던 적이 있다. 책걸상 수량 맞추고 태블릿 정리하고 뭐 이런 일이 수십가지라 바쁘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런 사소한 일 하느라 바쁘다고 하냐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그 때 영상과 댓글을 보며 참 안타까웠다. 사실 새 학기 준비 기간은 그런 사소한 일을 하는 기간은 맞다. 단순해 보이지만 또 시간은 많이 잡아먹는다. (아마 초등은 더하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그런 일을 하느라 수업 연구할 시간을 많이 뺏긴다는 거다. 1월은 교내 인사가 결정되지 않아 어느 학년을 가르칠지 알 수가 없어 수업준비가 불가능하다. 보직과 학년이 결정되는 2월에 구체적인 수업 준비를 할 수가 있는데 사물함에 이름표 붙이느라 시간을 뺏기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앞서 말한 영상도 이런 거 때문에 수업준비가 뒷전이 된다는 사정이 들어갔으면 아마 비난이 좀 줄지 않았을까 한다.
어쨌든 나도 휴가도 다녀왔겠다, 수업 준비를 시작했다, 목표는 항상 한 학기 내용을 다 끝내버리는 것이지만 한 번도 성공해 본 적은 없다. 나름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하고 그걸 구현하다가 엎어지기도 하고, 구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은 1학기 수업을 반성하고 학생들 수준에 맞게 내용과 방식을 조정하기도 해야 해서 그것도 시간을 잡아 먹는다.
휴가 중에 툭툭 떠오르던 것들을 더듬어 보는데 막상 책을 보니 쓸만한 것들이 없다. 단편적으로 떠오르던 것들은 특별해 보이지만 맥락을 부여하려고만 하면 식상하거나 이상적인 수업이 되어버릴 때가 많다. 이번에도 역시나 마찬가지군-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연차가 차니 실망을 덜 하게 되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 없는 습성이 생겼다.
이번 학기 컨셉은 '꼼꼼하게'다. 중학교 1학년은 의외로 혼자 못 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저번 학기의 성과다. 들어라, 읽어라, 말해라, 써라를 하나하나 짚어 가며 가르칠 생각이다. 안 하던 걸 하려니 몸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만 학습습관을 제대로 잡아준다고 생각하고 한 번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개학날까지 책을 바쁘게 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