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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에 대한 잡담

나의 무기력을 인공지능 탓으로 돌리며

by 남산

#1

왜 미래가 불안한가 계속 생각해 봤는데, 일단은 AI 때문인 것 같다. 근데 근본적으론 AI 그 자체보단 '높으신 분들이 AI를 가지고 만들 사회'가 불안한 것 같다. 요즘 유튜브 등에서 나오는 '디지털 봉건주의'가 바로 그것이다.


AI로 인간의 노동 가치는 똥값이 됨

대부분의 노동자는 농노로 전락. 기본소득만 받고 죽지 않을 정도로 사는 것만 허용됨.

상위 1%의 지배층은 농노의 반란을 억제하기 위해 각종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함.

성취, 신분상승의 욕구도 거세당하고 그저 주어진 밥과 OTT로 살다 번식하고 죽는 게 99%의 삶이라니!


우리 아이가 그런 삶을 살 수도 있다는 게 너무 끔찍하다.


#2

수능이 끝났다.


고3 자녀를 둔 9X학번 선생님은 자녀는 수능을 안 볼 줄 알았다고 했다. 그 얘기를 들으며 나도 우리 애가 고등학생이 되면 진짜 수능이 없어질지 상상해 보았다. 역시 최대 변수는 '인공지능의 등장'인 것 같다.


우선 현재 AI는 수능 문제는 거의 완벽하게 풀 정도까지 발전했다고 한다. '의대 지원 가능급'이라고 아주 난리도 아니다. 여기에 대해 나도 몇 가지 생각을 해보았다.


① 인간에 비해 AI는 너무 유리한 조건에서 문제를 푼다.


우선 AI는 최소 계산기를 가지고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다. 게다가 아무리 '정답을 직접 검색 금지'라는 조건을 내걸었다지만, 다른 지식은 검색 가능하다는 건 스마트폰을 가지고 시험 보는 것과 같고. 그리고 AI의 연산속도를 사람과 비교하면 사실상 무제한의 시간을 주고 문제를 풀라는 것과 같다.


그런 조건이라면 상위권 학생은 대부분 만점이 나올 것이고, 하위권 학생조차 뛰어난 성적을 거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AI의 수능 성적은 '신기한 쇼' 수준의 의미밖에 안 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수능은 인간과 AI가 경쟁하는 게 아니고 인간끼리 경쟁하기 위한 시험이니까 말이다.


② 수능의 본질은 무엇인가?


어쨌든 'AI는 인간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에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 또한 AI의 특성이다. 누구나(?) AI만 있으면 풀 수 있는데, 시험을 왜 봐서 학생들을 힘들게 하냐?


근데, 이 논쟁은 생각보다 교육계에서 오래된 문제였다고 한다. AI가 등장하기 전에도, 인터넷이 있었고.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엔 컴퓨터가, 더 이전엔 계산기마저 인간보다 뛰어났으니까.


교육자들은 여기서 어떤 답을 찾았는지는 잘 모르겠고, 내 생각엔 수능은 '성실함'과 '사고력'을 시험하는 것 같다. 혹시 수능을 '그저 암기 잘하는 애들을 뽑는 몰개성 한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는지? 그럼 접근 방식부터 잘못되었고, 필시 상위권에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무튼 수능은 AI가 풀 수 있다고 무의미해지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내 아이도 수능을 보긴 할 거라고 예상한다.


#3

강력한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거라고 기대와 우려가 많다. 물론 미래에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당장은 AI의 능력을 너무 과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일단 지금 AI의 학습 방식의 근원이 '인간이 만든 것'을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자료를 학습하고, AI끼리 뭐 지지고 볶고 해도 그 뿌리는 여전히 '어떤 인간이 만든 무언가'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학을 놓고 보자. 지금도 온갖 병신 같은 사이비 글이 인터넷에 판을 치고 있는데, AI가 그딴 걸 검색해서 그럴듯하게 말해봤자 잘 정돈된 병신 소리인 건 변함없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난 AI보단 그런 이상한 말을 의사보다 더 신봉하거나, 어쭙잖게 전문가 코스프레하는 인간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솔직히 더 걱정이다. 하긴 근데 그런 인간은 인터넷 시절에도 많았고, 심지어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많았으니 그냥 인간의 특성일지도 모르겠다.


#4

그러니까 내 생각은 여전히 AI는 도구일 뿐이고 사용하는 인간이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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