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의 르타리라는 작은 버섯 책카페(?)에서 수요일 밤 8시부터 10시까지 약 두 시간 동안 독서모임이 열린다. 독서모임의 풀네임은 [다소 사적인 클럽]이다. 줄어서 다사클이라 부른다.
르타리에 도착하기 3분 전부터 기분이 들뜬다. 어둑한 골목길에 르타리만 불이 켜져 있는 게 아늑한 느낌을 준다. 일제강점기에 은밀하게 독립을 모의하는 비밀장소 같달까... 우리는 지친 일상으로부터의 독립을 모의하는..
첫 시간은 [자기 책 소개하기] 시간이었다. 사실 이번 모임이 재참여 인지라 저번보다 책 선택을 하기 쉬웠다. 얼마 전부터 머릿속에 맴돌던 '화이트 호스'라는 책을 가져갔다. 읽고 나서 온몸이 섬찟했던 기억이 책을 강렬하게 만들었다. 삥 둘러앉아 가져온 책을 소개했다. 역행자, 지대넓얕, 열한 계단,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상관없는 거 아닌가, 화이트호스 총 7권의 책이 책상 위에 올라왔다. 그중 다사클 9기가 함께 읽을 책은 내가 가져간 '화이트 호스'로 선정되었다. 마침 내용이 기억이 안 나던 참이었는데, 다시 읽을 기회가 마련되어 좋았다.
책소개가 끝나고 모임 참여 이유를 돌아가며 나눴다. 2023년을 맞이하며 나의 최대 관심사는 '유의미한 아웃풋'이다. 작년 총 50권의 책을 읽었다. 많이 읽으면 좋은 건 줄 알고 무작정 읽었다. 한 해를 돌이켜보며 나에게 기억나는 책은 무엇인가 질문하면 퍼뜩 떠오르는 책이 없다.
참 많은 콘텐츠를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콘텐츠가 무엇인가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과연 이렇게 계속 욱여넣는 게 맞는 건가 싶었다. 고민을 하던 찰나 유튜브 드로우앤드류 채널에서 김경일 교수님의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f0mCqW7Nt0
"선택지가 많아졌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거에 맞게 결정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의를 내려야 해요."
정의란 곧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고, 의사결정의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 아닐까. 10월에 다사클에 처음 가입하여 나눈 대화 중 '가치'에 대한 정의가 떠올랐다. 과거에는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하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가치 있는 것이 되었다는 말이었다. 혼자였다면 스쳐 지나갔을 생각들이 다사클에서는 입 밖으로 내뱉고 누군가 살을 붙여주고 큰 눈덩이가 되어 주머니에 넣어갈 수 있는 무언가가 완성되어 가는 과정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다.
수요일 밤 다사클이 끝나고 집에 갈 때면 마음이 꽉 찬 느낌이 든다. 2023년 목표 유의미한 아웃풋을 위해 지난 모임보다는 조금 더 많은 질문을 던져볼 예정이다. 다음 주는 독서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시간인데.. 어떤 노래를 가져갈까~
다사클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a.l.p.c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