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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 Jan 31. 2023

실뭉치로 가득한 내 방

밑미 뜨개질 리추얼

인스타그램으로 우연히 알게 된 분이 있다. 다와라는 분인데, 뜨개질로 직접 뜬 목도리와 카디건을 입고 올리신 사진으로 가득하다. 슥슥 내리다 보면 '나도 뜨개질 배워보고 싶네...'라는 생각이 든다. (인스타그램 아래 링크로 첨부!)

https://www.instagram.com/dawuaa/


다와님이 운영하시는 뜨개모임이 있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엄두도 못 내던 찰나에 밑미에서 뜨개 명상 리추얼을 하신다는 소식을 스토리로 보고 냉큼 등록했다. 

밑미. 이름은 들어봤는데 한 번도 이용해 보지는 않은 플랫폼이다. 둘러보니 다양한 리추얼을 진행하며 매일의 습관을 만들어 나가는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있었다. 첫 만남은 오프라인이었다. 다와님을 직접 본다는 생각에 두근두근하며 서울숲 근처에 있는 밑미홈으로 갔다. 4층으로 올라가니 작은 방에 같이 리추얼을 진행하는 멤버들이 앉아계셨다. 이곳에서 뜨개라니... 너무 귀엽잖아.... ㅠㅠ 첫 만남이라 아무래도 사진을 찍는 게 실례가 될까 하여 열심히 코바늘 뜨개만 배웠다. 


그 이후 시간부터는 매일 뜨개질을 한 나를 인증하는 글을 올리는 리추얼이 시작된다. 


내 리추얼을 모아보니 장갑만 주야장천 떴구나.. 정말 하루도 빠짐없이 뜨개질을 했는데, 인증하기가 참 어려웠다. 매번 빠뜨리니.. 그래도 늘 목도리만 뜨다가 맛들려서 장갑에 도전해 봤다. 몇 번이고 풀고 다시 뜨기를 반복했지만 끝내 완성했을 때는 '어.. 나도 할 수 있네' 싶었다. 일상에서 내가 성취했다는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게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자꾸만 작은 성취들을 찾아 나서는 것 같다. 다와님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뜨개를 하며 매일 작은 성취를 맛봤다. 


리추얼이 끝나갈 무렵 밑미에서 이런 문자가 왔다. 

설문조사 잘 참여 안 하는 편이지만, 이번 리추얼은 매일 해서 그런지 한 달 동안 내 삶의 일부였던 것 같아 거부감 없이 설문조사에 참여했고 내 답변이 월간 밑미에도 실렸다!  기억에 남는 밑미의 질문 몇 가지와 내 답변은 이랬다.


re : 정말 내 마음에 드는 모습이 많았으면 한다. 2022년은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만큼 괴로운 게 없다. 



re : 영혼을 돌본다는 말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투명한 물방울 떡을 잘 지켜내고 싶다 (뭔 소린지 모르겠다면 두 번째 글을 읽어주세요...! ㅎㅎ)


re : 일이 워낙 변화무쌍하다 보니 (상사 때문에^^..) 무계획을 신봉하던 나도 프로 계획러가 되었다. 일이 통제가 안되니 통제할 수 있는 걸 병적으로 찾게 되었고 내 일상이 그 대상이 되었다. 아침 운동 후 출근, 퇴근 후 뜨개질. 이렇게 반복되는 내 일상이 행복감을 준다. 


re : 왜 리추얼이 각광받는지 알게 되었다. 일상의 작은 성취를 맛보고 싶은 사람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리추얼을 꾸준하게 해냈다는 성취감, 그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해 냈다는 뿌듯함이 큰 성공을 이루었을 때보다 잔잔하지만 묵직하게 다가온다. 남들이 보기에 장갑 뜨기 도전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매번 목도리에서 그치던 나에게는 큰 도전이었고 묵직~한 성취였다. 


그리고 이런 문자를 받았다. 냉큼 주소와 이름을 보냈다. 


그리하여 도착한 밑미 럭키박스!! 

방금 전 도착하여 개봉하고 따끈따끈한 후기를 남긴다. 


캐릭터가 참 귀엽다. 복잡하거나 화려하지 않아서 좋다. 밑미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은 캐릭터가 꼭 나 같다고 가깝게 느끼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사소한 것들이 소비자에게는 경험으로 남는다는 점. 


개봉하자마자 책갈피와 문구, 밑미 스티커와 엽서가 보인다. 밑미 스티커는 바로 내 노트북으로 직행. 


엽서 글귀 


아래 깔린 포장지를 열어보니 책과 밑미 볼펜, 연필이 들어있다. 밑미 어울리는 책을 골라주셨다고 생각하니 궁금해진다. 과연 밑미에서는 이 책이 왜 밑미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을까? 목차를 살펴보니 에세이 같다. 

럭키박스에 들어있는 선물이 책이라는 점이 참 좋았다. 책을 좋아해서도 있겠지만 밑미와 어울리는 물건 같았다. 

지금 내 방은 실뭉치로 가득하다. 리추얼이 끝난 후에도 나는 뜨개라는 취미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 중이다. 매주 새로운 실뭉치가 집으로 배달된다. '그 가격에 차라리 사서 입는 게 낫지 않아?'라고 말하지만 나는 뜨개질로 무언가를 만드려고 하는 게 아니다. 그 과정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리추얼과 밑미가 던진 질문, 그리고 럭키박스로 밑미는 좋은 경험으로 남을 것 같다. nice to meet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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