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만난 건 독서모임이었다.
동네에서 소소하게 열리는 독서모임에 참여했다가 누군가 대개성시대에 개성이 없어 슬프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평범하고 나만의 색깔이 없어 고민이라는 이야기였는데, 독서모임의 호스트가 이 책이 생각난다며 추천해 주었다.
쓰쿠루는 남들의 평가에 따르면 잘생긴 외모에 깔끔하고 차분하다는데, 정작 본인은 별 볼 일 없는 얼굴에 개성 없는 모습에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함께 놀던 개성 넘치는 친구들에게 묻혀 기가 죽어있다. 나중에 친구들은 쓰쿠루에게 차분하고 중심을 잘 잡고 꼿꼿하게 서있는 쓰쿠루의 모습이 부럽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나는 무난한 아이였던 것 같다. 어디에 두어도 튀지 않고 모난구석 없이 잔잔하게 묻혀있다가 흘러가버린다. 유튜브 알고리즘에 휩쓸려다니다 고프로 하나 달랑 들고 전 세계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처음에는 '와-'하고 보다가 한두 편 보고는 꺼버린다. 나도 저렇게 특별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고작 침대 위에 누워서 남이 여행하는 걸 보고 있자니 당장 내일 출근이 더 뼈저리게 현실로 다가온다.
회사 상사에게 나를 왜 뽑았는지 물어본 적이 있다. 어디에나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대답해 주었는데, 그 대답이 참 싫었다. 개성을 찾아 특별해지고 싶어 발버둥 치고 있을 때라 마음에 콕 박혔다. 전혀 그런 뜻이 아니란 것을 알지만 내 멋대로 해석해 버렸다.
살아 있는 한 개성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사람과 잘 드러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이라고 한다. 개성이라는 게 도대체 뭔지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싶은데 도저히 내려지지 않는다. 다자키 쓰쿠루는 개성을 찾은 걸까. 책의 마지막장을 넘겼는데도 다자키 쓰쿠루가 색채를 찾았는지 어쨌는지 모르겠다. 나부터 찾고 싶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