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유를 좋아한다.
무엇이든 내 입맛에 맞게 바꿔보면 이해하기 쉬워진다.
그중하나는 물방울떡이다. 내 영혼은 투명한 물방울떡과 같다. 본래 투명한데 어떤 이유로 내 영혼이 다칠땐
얇은 주사바늘로 물방울떡에 까만 잉크를 주입시키는 상황을 상상한다. 꼭 내 영혼이 그렇게 되는 것만 같다.
첫 회사에 취직해서 느낀 건 존경할만한 상사와 내 자아실현에 꼭 맞는 회사를 찾는 것은 천운과도 같다.
작은 조직이 경계해야 할 것은 대표 혼자만의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다. 조직이 작은 만큼 유연하겠지만, 그만큼 흔들리기 쉽다. 희미한 목표와 뿌연 업무사이에서 나는 늘 헤맨다.
퇴근길에는 흐리멍덩한 눈과 함께 새까만 물방울떡을 머리 한가득이고 온다.
다시 투명하게 만들 방법을 찾으려 발버둥 친다. 베개를 등받이 삼아 책을 한 시간 읽는다. 조금 지루해진다 싶으면 아이패드를 무릎 위에 올려두고 요즘 즐겨보는 '알쓸인잡'을 켜 놓는다. 옆에 뜨다만 장갑을 집어 들고 한코한코 떠나가기 시작한다. 탁탁 부딪히는 바늘과 꼬물꼬물 넘어가는 실을 바라본다. 손이 곱아 마디가 저려오지만 멈출 수 없다. 점점 물방울떡은 회색이 되어간다.
네 명의 박사님들이 네모난 책상에 둘러앉아 인간이란 얼마나 경이로우며 신비하고 사랑으로 가득한 존재인지 한 시간 내내 조곤조곤 이야기하신다. 인간에 대한 경의로움과 함께 물방울 떡이 투명한 제자리를 찾는다.
오늘도 열심히 물방울떡을 정화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