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가장 애청하는 프로그램 '알쓸인잡'
금요일 밤 일을 마치고 퇴근해서 무릎 위에 아이패드를 놓고 알쓸인잡을 틀면 나만의 하루가 다시 시작된다.
교수님 수업시간에는 그렇게 졸다가 알쓸 시리즈는 찾아보게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무래도 '수다'라는 단어가 주는 가벼움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덕분인 것 같다. MC는 단어 하나를 툭 던졌을 뿐인데, 내가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때 그러하듯 여기저기서 주렁주렁 이야깃거리가 딸려온다. 마치 하나의 줄기를 뽑았는데 밑에 고구마 열댓 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올라오는 것처럼.
티키타카로 오가는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말 그대로 잡학이다.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알쓸인잡 7화는 '인간의 흑역사'를 주제로 한 에피소드인데, 초반에 잠깐 '알츠하이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중 알쓸 시리즈 단골 출연진 김상욱 교수님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차갑고 딱딱한 과학도 역시나 사람이 연구하는 분야구나... 과학도 따뜻할 수 있었어... 를 알려주신 분이라 책도 몇 권 구매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기억과 나'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게 됐는데
내가 보는 모든 것을 저장해 놓으면 '이게 나일까?'
레코딩된 모든 데이터의 총합이 나와 얼마나 다를까를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제 생각은 결국 데이터의 총합은 제가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필름으로 찍은 모든 양이 영화가 아니라 어떻게
편집하는지가 영화를 결정하는 것처럼
사실은 편집된 나가 진짜 나지, 내가 본 것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망각에 우리 자아가 있는 거예요
잊고 싶지 않아 글로 기록하고 글로 모자라 사진과 영상을 찍으며 어떻게든 남기려 애쓰지만
결국 잊히는 것들이 있다. 오늘 하루동안 울고 싶은 일이 참 많았지만 단지 몇 시간이 지난 지금 생각해 봐도
우울했던 감정이 희미해졌다. 망각을 통해 잊어버릴 것과 꼭 기억하고 싶은 순간을 선택할 수 있기에
내가 선택한 순간들이 만든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