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소 회고전

이강소 작가의 오리그림

by Lydiahee

내가 좋아하는 이강소 작가의 회고전이 대구 미술관에서 있다고 해서 냅따 한걸음에 달려갔다.


내가 그림을 하나 소장하고 싶다면 꼭 이분 그림을 하나 가지고 싶었는데 재작년에 그 마지막 기회를 고민만 하다 놓쳐 버리고.. 이제는 가격이 너무 올라버리고 말았다..ㅠㅠ 그래 내가 무슨 콜렉이랴…ㅎ


굳이 왜 이 작가의 그림이냐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취향이 확고하다 보니 좋아하는 작가들을 한데 모아보면 색감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추상화가들이기에…(그래서 유영국 작가님의 그림을 제일 사랑한다) 그 연장선에서 이강소 작가님의 미니멀하지만 아름다운 색감의 터치에 반한 거 같다. 어떤 맥락에서(이를테면 유명한 작가고 투자 가치가 있고 등등)가 아니라 그냥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다고나 할까…그래서 질리지 않고 계속 보고 싶은 그림 같은 거였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작가님의 작품을 영접하기 위해 갔고 작가님의 오리그림 외에 계속 시대를 따라 새로운 것을 시도하셨던 작품 스타일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특별히 좋았던 전시다.


그러다 한 작품 앞에 발이 오래 머물렀는데 (역시 오리그림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은 아니었다. 난 이분의 알록달록한 색감터치가 들어간 그림을 좋아하고 작년에 아트 페어에 나왔던 무지개 터치의 그림이 본 중 제일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그림은 그거에 비해선 그렇게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았는데도 묘하게 발길을 계속 붙들었다.

생각해 보니 작품 제목도 보지 못했는데 사진을 따로 찍어놓지 않았다면 찾기도 힘들었겠다 싶다.


이 작품을 보는데 그냥 계속 눈물이 났다.

강에 오리가 유유자적하며 평화롭게 떠가는데 그 반대로 붓자국이 정신없이, 어지럽게, 아름답지 않게 마치 그 오리의 지나간 흔적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졌다. 겉은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이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강에 저처럼 수많은 발자국을 남겼을 그 오리의 삶을 생각하면서 내 삶을 투영시켜 바라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리의 모습처럼 내 삶도 누군가에게는 그저 편해 보이고 평화로워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안에는 나만의 숱한 노력, 눈물, 열정, 슬픔, 실패의 흔적들이… 치열하게 살았던 삶의 흔적들이 오리의 어지러운 흔적처럼 남아 보이는 것 같다. 그 흔적들이 그 과정들이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내 삶을 이루어 간다.


그게 마음을 울컥하게 한 것 같다. 겉으로 보이는 어떤 성과는 없고 계속 지친 과정의 연속인 거 같지만 어떤 결과에 도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것만으로도 내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이다.


작가의 의도가 어떠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도 뒤처지지 않고 다 알고 싶어서 그림의 맥락들을 열심히 공부하던 때도 있었지만 그 끝에 결국 예술은 정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보는 사람이 살아온 만큼 보이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예술작품은볼 때마다 느껴지는 게… 깨달아지는 포인트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구나… 보는 사람의 삶의 여정이 축적되는 만큼 말이다. 예전처럼 일방적인 만남이 아닌 그림이 말을 걸어오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이 그림 한 점이 나의 지친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말을건넨다. 그게 그 어떤 누구의 말보다도 강력한 위로가 될 때가 있다. 그래서 그림이 점점 더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