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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바다'의 원조 세쿼이아 나무

사랑의 광합성이 인간을 구원한다.

by 박용기

1997년 대한민국은 큰 회환위기를 겪었습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이 시기에 무너졌고, 가장들은 길거리로 내몰렸고 국민들은 고통받았습니다. 이때 등장한 환경운동 캠페인이 '아나바다'입니다.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라는 구호입니다. 만들고, 쓰고, 버리는 탐욕의 풍선이 빵 터져 버리고 나서야, 쓰고 버리는 소비경제에서 '아나바다'의 순환경제로 체질 개선을 시도합니다. 세쿼이아 나무는 일지감치 '아나바다'의 삶을 실천해 왔습니다.



1. 아껴 쓰자

제너럴 셔먼 나무는 2,300년 동안 욕심부리지 않고 자라났습니다. 나무는 햇빛을 마시고, 비를 흡수하며, 바람을 품고, 흙에 뿌리를 내립니다. 이런 과정에서 그 어떤 것도 낭비적으로 쓰지 않고 필요한 천연자원을 알뜰살뜰 선용합니다. 나무는 우기인 물 풍년 때 물을 저장하여, 건기인 물 흉년 때 잔잔하게 흘려보냅니다. 뿌리에서 흡수한 수분은 햇빛과 합성하여 영양분을 만들고 남은 수분을 버리지 않고 다시 공기 중으로 배출합니다. 셔먼 나무가 사용하는 햇빛, 비, 바람, 물은 낭비되지 않습니다.


컨그레스 트레일 내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 ⓒ 2025 박용기 All rights reserved.


2. 나눠 쓰자

인간은 경쟁하고 독점하려 하지만 나무는 협력하며 숲을 만듭니다. 세쿼이아 나무가 수 천년을 자라나는 비결은 뿌리로 서로서로 얽혀 영양분과 수분을 나눠 쓰기 때문입니다. 보통 나무 밑동 지름에 5배 정도까지 뿌리가 뻗어 나가는데 제너럴 셔먼 나무는 55미터 넘게 사방으로 뻗어나가 또 다른 뿌리들과 연결됩니다.


수잔 시마드(Suzanne Simard) 생태학자는 숲에는 '어머니 나무'(Mother Tree)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머니 나무는 숲에 중심이 되는 가장 크고 나이 많은 나무입니다. 어머니 나무는 주변 어린 나무들에게 영양을 나눠주고 병충해 신호를 보내서 예방하게 합니다. 그녀는 이것을 숲 전체를 연결하는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이라고 부릅니다. 나무는 숲 연결망인 우드와이드웹에서 양분과 생존 정보를 나눠 쓰며 공생합니다.


나무는 숲 연결망인
우드와이드웹(Wood Wide Web)에서
양분과 생존 정보를 나눠 쓰며 공생합니다.


어머니 나무 역할을 하는 윌리엄 맥킨리 나무 ⓒ 2025 박용기 All rights reserved.


또한 나무 그늘 아래에는 새들과 다람쥐, 곤충과 박테리아들과 같은 수많은 생명체가 공생하고 상생합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형성된 75곳에 세쿼이아 나무 군락지들은 나눠 쓰고 다시 나눠 쓰며 수 천년을 살아남았습니다.



3. 바꿔 쓰자

광합성은 신이 직접 만든 자연공학기술입니다. 엽록체가 빛과 물을 합성하여 포도당을 만들어 내는 기술은 가장 오래된 최첨단 기술입니다. 나무는 광합성을 통해서 바꿔 쓰기에 정수를 보여줍니다.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CO₂)를 모아 산소(O₂)와 탄소(C)로 분리수거합니다. 분리된 탄소는 목재로 저장하고, 산소는 공기 중으로 되돌려 줍니다. 이러한 기술은 실리콘밸리에 엔지니어들조차도 감탄할 수밖에 없는 신비로운 생명공학 기술입니다. 인간의 기술로 만든 에어컨은 실외기로 열풍을 내보내며 냉풍을 만들지만, 신의 예술작품인 나무는 상쾌함을 발산하며 도시를 시원하게 만듭니다. 에어컨은 전기를 소비해야 작동하지만, 나무는 햇빛 한 조각과 흙 한 줌만으로도 수천 년을 생존하며 지구를 살아 숨 쉬게 합니다.


광합성을 통해서 산소와 포도당을 만드는 세쿼이아 나무들 ⓒ 2025 박용기 All rights reserved.


만약 누군가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가솔린 연료로 바꾸고, 그 과정에서 산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 그는 아이작 뉴턴과 아인슈타인을 뛰어넘는 인류 환경의 구원자로 칭송받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은 이미 인류에게 기후 파괴자 이산화탄소로부터 포도당과 산소를 만들어내는 ‘생명나무’를 주셨습니다. 생명나무는 악까지도 선으로 바꿔 쓸 수 있는 사랑의 생명력을 지닌 나무입니다.


성경 첫 책과 마지막 책에는 생명나무가 등장합니다. 아담은 신이 되고자 나무로 올라가 선악과를 먹었지만, 인간이 된 예수는 나무 십자가로 내려가 고난의 쓴잔을 마심으로 생명나무로 나아가는 길을 여셨습니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증오를 사랑으로 빈무덤에서 죽음을 생명으로 바꿔 쓰는 생명나무의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빛이신 말씀이 흙인 사람 안에서 사랑의 광합성을 일으킬 때 죄가 변하여 의가 되고 죽음이 변하여 생명이 됩니다.


예수는
십자가에서 증오를 사랑으로
빈무덤에서 죽음을 생명으로
바꿔 쓰는
생명나무의 구원을 이루셨습니다.



빛이신 말씀이 흙인 사람 안에서
사랑의 광합성을 일으킬 때
죄가 변하여 의가 되고
죽음이 변하여 생명이 됩니다.




4. 다시 쓰자

나무는 일회성으로 소비하지 않고 순환하며 생명을 흐르게 합니다. 인간을 마치 일회용품처럼 쓰고 버리는 사회는 결국 황패 하게 됩니다. 이제 막 올라오는 새싹들을 발아 버리고 묘목 가지를 꺾어 버리면 삭막한 사회가 됩니다. 인간은 소모품이 아니라 세상에 단 하나뿐인 걸작품입니다. 한 사람을 존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인내하며 두 번째, 세 번째 기회를 주며 다시 쓰고, 고쳐 쓸 때 울창하고 푸르른 사회로 발전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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