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아기였을 때
손톱이 새순처럼 보드라웠어
둥근 가위로
조심조심
손톱을 오리는 동안
나무의 심장이 오므라들곤 했지
세월이 훌쩍 지나
손톱이 단단해진 너는
홀로 세상과 맞서겠노라
먼 길을 떠나고
담장을 지키던 나는
사방에서
너의 어린 날을 줍는다.
서쪽 하늘 달 같은 기억들을
차곡차곡 모아
수시로 들이켜야지
산다는 건
맨살처럼 말랑하던 손톱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과정이니
앙상해진 가지 끝에도
저릿저릿
온기를 실어보내는 밤
날카로운 손톱이
징검다리가 되어
바삐 가다
문득 밤하늘 올려보면
마주치는 눈빛에 잠시 쉬어가기를
비는 마음 걸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