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한 켠에
늙은 자개농이 서있다
옛일을 수거하는 중이었다
열아홉 살 옥분이
시집가던 날
밤새 자개농을 닦던 어머니가
눈가를 짚으며 말씀하셨었지
인자 봄바람에도 눈이 시리다고
정작 시린 것은
밭고랑처럼 아득한 세월이건만
철부지가
철부지를 낳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입김으로 강의 얼음을 깨고
선 채로 밥을 넘기며
손가락 마디가 휘어질 동안
장판이 누레져도 꿈쩍하지 않던 자개농이
부랴부랴 몸을 일으키자
백로와
거북이가
따라나섰다
고왔던 새악시
간밤에
먼 길 밟았다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