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오래된 절집 마당에
노릇노릇 가을이 익어가고 있었다.
아름드리 은행나무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을 때
낯선 이가 다가와서는,
연화산이 어느 쪽인가요?
- 여긴데요.
그 산에 은행나무가 잘 생긴 절이 있다던데 혹시 아시나요?
- 바로 여깁니다.
선문답 같은 대화를 나누고
마치 구름이 흩어지듯
우리는 돌아섰다.
실은 나도 여기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
다들 나침반을 손에 쥔 것처럼
거침없는데
나는 왜 지도 한 장 없이 겉도는지
억울한 마음에
풀섶을 뒤적거렸다.
빛나는 보물을 발치에 두고
온 세상 헤맨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두룩하고
알면서도 거듭되는 헛발질에
바짓단이 축축해져도
언제쯤 나는 여기를 만날 수 있을까
대답을 미룬 날들
이럴 바엔
설렘 없이 기다리기로 작정한다.
한 주만 쉬어가려다 아무래도 연재를 마무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이고, 매거진 숙제도 밀려있는데, 꾸역꾸역 다 소화해 보겠다고 욕심을 부렸습니다. 약속의 무게가 마음을 누르는데도 말이지요.
지금은 여기서 멈추고 머지않아 새로 시작하려 합니다. 정기 연재를 쉬어갈 뿐, 글쓰기는 계속 이어갈게요.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