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바자회를 마치고,
지난주는 회사에서 임직원 바자회를 했다.
거의 십몇 년째, 12월 초가 되면 어김없이 열리는 연례 행사다. 이틀 동안 열리고, 그 수익금은 전액 기부한다.
듣기만 하면 참 좋은 일인데, 준비하는 입장에 서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주말에 나와 장소 세팅하는 것을 시작으로,
팀 전원 같이 상자를 나르고, 테이블을 들고, 물품 정리하느라 꼬막 3일이 걸린다.
월요일부터는 공간이 박스 숲이 된다. 월·화·수 내내 물품을 꺼내 정리하고, 가격을 붙이고, 다시 넣었다 빼기를 반복한다. 하루 종일 서 있고, 계속 몸을 쓰는 일이라, 허리도, 다리도, 손목도 하나씩 다 아파온다. 퇴근길에는 다리가 내 다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 사실, 이 행사는 매년 올 때마다 좀 마음이 쉽진 않다.
연말이라 원래도 정신이 없는데, 이 행사가 비집고 들어오면 내 체력과 마음의 여유가 가장 먼저 줄어든다.
그런데 이상하다.
막상 바자회가 열리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내 마음도 달라잔다.
복도와 로비는 금방 사람들로 붐비고, 내가 전날 정리해 둔 물건들이 하나둘씩 직원들 손에 들려 나간다. “이거 완전 득템 아니에요?” 하며 서로 보여주고, 계산대 앞엔 줄이 생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이런 말을 하고 있다.
“이건 서비스, 내일 또 오세요~”
언제부터인지, 이틀짜리 가게를 연 사장님처럼 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힘들다고 투덜대던 사람이 맞나 싶게, 계산해주고, 봉투 챙겨주고, 사람들 표정을 보며 같이 웃고 있다.
행사가 끝나고 나면 온몸이 쑤신다.
발바닥은 화끈거리고, 허리는 뻐근하고, 팔은 저리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은 편안하다. 며칠 동안 내 몸을 쥐어 짜서 만든 이틀이, 기부금으로 쓰여서 누군가에게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에게 선물로, 다시 걸을 수 있는 시간으로, 조금 더 함께 있을 수 있는 날들로 바뀔 거라고 생각하면, 그 피로가 전부 나쁘지만은 않다. 그냥 힘든 게 아니라, 의미 때문에 더 깊게 스며드는 피로 같달까.
그래서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
싫고 힘든 과정들을 지나도, 결국엔 좋은 일로 귀결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다.
준비할 때는 매번 투덜거리면서도, 막상 끝나고 나면 “그래, 이 일이라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남는다. 직무를 잘 선택했다는 생각도, 이런 날에 가장 선명하게 든다.
매년 겨울, 나는 이 바자회를 조금 싫어하고, 많이 좋아한다.
싫지만 좋은, 좋은데 또 조금은 싫은 이 오묘한 마음 덕분에, 내 연말은 매번 오묘하게 따뜻해진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