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쯤 나는 문명특급을 매주 챙겨보는 애청자였다. 그 이후로는 이전만큼 유튜브를 자주 보지도 않고 연예인 인터뷰에도 관심이 좀 떨어져서 관심이 뜸했다. 최근 어떤 알고리즘에 의해 승헌쓰가 엄청 웃기다는 것을 발견했고 가비 유튜브를 조금 보다가 재쓰비 신곡을 듣게 됐다. <너와 나의 모든 지금>은 소녀시대 <Forever 1>처럼 오랜 시간과 서사가 가진 울림이 있는 노래였다. 그 결과 토요일 새벽까지 문명특급 재쓰비를 정주행하게 되는데…
문명특급을 친구가 추천 했을때 나는 추천 받는 유튜브를 잘 보지 않고 게다가 ‘연애가 중계’같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서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친구는 재차 진행자가 너무 멋있다며, 기존 예능과 달리 연애에 대한 질문이나 애교 강요도 없고 눈살을 찌푸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영상이라고 했다. 문명특급을 보다보니 빠져들었고, 재재라는 탁월하고 똑똑하고 배려하는 진행자와 문명특급 제작진들이 아주 존경스러웠다. 숨듣명 그 시절 아이돌을 초대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숨듣명 콘서트까지 기획하다니… 의지만으로 안되는 기획력과 추진력이 분명히 있었다.
재쓰비에서는 재재가 ‘재’를 맡아서 직접 자기 노래와 춤을 만든다는 점이 달랐다. 여태까지 재재는 지나간 Kpop을 랩 하나하나 외워 맛깔나게 살리는 사람이었다. 일이어도 싫으면 그게 안 됐을텐데, 정말 옛날부터 Kpop 골수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춤을 전문적으로 배운 것도 아닌데 금방 따라하고 포인트를 잘 살려서 감탄했다. 그냥 직장인으로 머무르기에 아까운 인재라고 생각했다.
방에서 혼자 춤추고 노래하는데 익숙한 승헌쓰와 스우파를 통해서 유명해졌지만 댄서이기 때문에 무대에서 노래하는 것은 대중이 기대하지 않았던 가비와 재재가 만나서 그룹이 됐다. 셋다 너무너무 호감이라서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 샘솟았다. 그리고 특히 어제 재쓰비 방송을 몰아보면서 더욱 응원하게 됐는데… 무대에서 실수했다고 아쉬워하고 불안해하는 막내 승헌쓰를 보며 재재가 무대에서 불렀던 아모르파티 그대로 ‘자신에게 실망하지 마 모든걸 잘할순 없어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이면 돼’라고 노래 불러준 부분도 감동이었고 의리라는 단어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친구 킹키가 괴산에서 첫 무대를 즐기는 부분도 눈물이 찔끔… 특히 킹키는 안무 연습도 친구들을 위해 밤새 해냈고 뮤비 촬영 때도 당연히 함께했다. 가장 감동이었던 부분은 재재, 가비, 승헌쓰를 응원하고 애정하는 사람들이 모인 뮤비 촬영장이었다. 모든 스태프들을 일일히 소개하고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깜짝으로 참여한 댄서와 연예인들이 모여 마지막 촬영을 마쳤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 안무 저작권 협회와 안무 저작권의 중요성을 녹이는 것도 좋았다. 안무도 댄서의 고유한 창작물인데 보호받을 수 없다는 걸 처음 알게 됐다.
재쓰비는 남성이면 파워풀한 퍼포먼스에 랩을 하고 여성이면 수줍 설레는 마음을 표현하는 Kpop을 따르지 않는다. 재재가 랩을 하고 승헌쓰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고음을 맡고 가비는 누구보다 파워풀하게 춤을 춘다. 젠더 역할에 갇히지 않고 각자가 잘하는 걸 하는게 너무 자연스럽다. 화면과 영상으로만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재쓰비는 정말 즐거워 보인다. 이런 그룹이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것 같다.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댓글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들은 빛나는구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dIWLmTxLKZ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