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흐린날, 산책
7월 5주차 글쓰기
7/30(화) 06:23
여름날 산책,
뜨거운 햇볕에 바로 실내로 들어가 버리고 싶었지만, 이왕 나온 김에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축제가 진행되고 있었고 사람들은 꽃 구경하며 천천히 거리를 거닐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사람들을 피해 반대편 길로 걸었다. 사람의 소리가 옅어지니 들리지 않던 자연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비가 온 뒤 세차게 흐르는 강물 소리,
여름이 다가온 것을 알리는 매미소리,
저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
…
몸은 덥지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 소리에 마음속 어딘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에어컨이 없던 시절, 어른들이 ‘가만히 있으면 시원해진다.’라고 했던 말,
그 말은 이 기분을 염두에 두고 했던 말이 아닐까.
7/31(수)
오히려 좋아,
처음 사진을 시작했을 때는 푸른 하늘에 구름이 몽실몽실 떠다니는 맑은 날만 찾아서 사진을 찍고 다녔다. 반면 작은 빛줄기조차 보이지 않는 흐린 날은 날씨 탓을 하며 밖을 나서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온 뒤 안개가 자욱한 풍경을 마주했고, 몽환적인 풍경에 카메라를 들었다. 비록 맑은 날처럼 밝고 따스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색다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맑은 날은 맑은 것 자체로 좋고, 흐린 날은 흐린 날만의 느낌이 있다. 특히, 비까지 오면 몽환적인 느낌이 더해진다.
이제는 사진을 찍을 때 날씨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오늘은 날씨가 좋네.‘ 또는 ‘오히려 흐린 날씨여서 좋아.’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쩌다 한번 가는 장소에서 원하는 날씨가 아니면 속상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다음에 왔을 때는 더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오히려 그 기대감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있는 게 더 좋을 수도 있겠다.
8/3(토)
우리 집에는 창문이 두 개 있다. 가로 세로 1m 정사각형의 창문인데, 작년 여름 퇴근을 하고 창문을 열었는데 방충망 하나가 사라져 있었다. 가끔씩 창문 앞에 새들이 앉아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이 내 방충망을 떼어갔다고 생각했었다. 그 이후로 창문 하나에 의지한 체 1년간 살아왔다. (집주인에게 말해 고칠 수도 있었겠지만, 귀찮음을 못 이기고 그냥 있는 대로 살았다.)
또다시 올해 여름이 찾아왔고 다른 쪽 창문의 방충망도 몰아치는 비와 강풍에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주 목요일에 퇴근을 하고 찜질방처럼 데워진 집을 진정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었다. 예상했던 것처럼 남은 방충망마저 사라져 있었고 이제 두 창문 모두 쓸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방충망 없이 문을 열어놔도 되지만,, 벌레를 정말 싫어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우선 임시방편으로 쿠팡에서 붙이는 방충망을 사서 창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붙였다 떼고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될지 심히 걱정된다. (에어컨도.. 청소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고 있어 창문조차 열지 않으면 너무 더운데.. 아직까지도 귀찮아하는 내 고집도 대단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