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 비법 테크닉의 비밀
파리에서 색소폰을 공부하고 돌아왔을 때, 엄청난 자부심이 있었다.
클래식 색소폰을 전공했기에 뽕짝 일색의 우리나라 색소폰을 우습게 여겼다. 한국식 색소폰에 대한 이미지를 싹 갈아엎겠다 생각도 했다. 목적을 가지고 열심히 지도하며 노력을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오만했던 것 같다. 또한 악사 출신 강사의 연주에 대해서 저속한 음악으로 여겼다. 시간이 지나고 그 또한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
장르의 차이는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항상 공부하고 노력하며,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연주하는 장인들을 만나면서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좁은 시야에 대해서 깊은 반성을 했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어려서부터 말을 잘했다.
당시 말을 조금 더듬는 친구가 있었다. "엄마가 나 웅변학원 다니래" "웅변학원? 이 연사 외칩니다 그거?"
말을 잘하는 아이의 관점에서 말하는 법, 발표하는 방법까지 배운다는 대답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처음부터 쉽게 색소폰을 부는 사람이 간혹 있다.
그런 사람은 의도된 말하기 공부를 이해하지 못함처럼 왜 색소폰 레슨이 필요한지 이론과 기법은 무엇 때문에 알아야 하는지 묻고는 했다.
"피리 불 줄 알면 색소폰 거저 불어요"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 이야기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색소폰 연주, 그냥 잘 불면 그만 아닐까? 기법이니 기교니 무엇을 그렇게 많이 알아야 할까? 무엇을 생각하면서 연주해야 하는 것일까? 의도된 기교가 더 큰 감동을 줄까? 이런 생각에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모두가 천재성을 지니고 있거나 엄청난 감각이나 운동신경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그 덕분에 색소폰 강사라는 직업을 유지하고 산 것 같다. 색소폰 레슨, 배운 것만을 가르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삶이 나에게 주는 지혜와 교훈 그 가르침을 담은 기법의 전수가 큰 공부이고, 수강생을 더 잘 불도록 돕는다는 사실이다.
그런 지도 방법을 터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더 좋은 소리를 향해 열심히 노력했다. 그 열정 덕분인지 어니스트가 찾으려 했던 큰 바위 얼굴과 내 속에 꿈꾸던 데미안이 무엇인지 조금씩 그려지기 시작했다.
음정에 유독 집착하는 수업을 했다.
강사에 따라서 차이는 있다. 박자와 리듬에 더 열을 올리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기교와 애드리브가 색소폰의 꽃이라고 외치는 강사도 많았다. 물론 모두 중요하고 소중하다. 소리 한 번을 내더라도 생각하면서 하라고 배웠다. 그러다 보니 분석하고 비교하고 심지어 비판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나 싶다.
"색소폰 연주에 있어서 엄청난 테크닉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얻기까지 30년 넘는 시간을 가져다 썼다. 고작 그 생각에 그 긴 세월이 필요했는지 물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세월은 결코 의미가 없지 않았다. 색소폰을 열심히 연주했고, 뭔가 있다 싶은 강의가 있으면 찾아다녔다. 심지어 직접 프랑스 색소폰 연주자를 초청해서 마스터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색소폰에 대한 고민이었는데, 우연하게 삼국지의 유비를 통해서 발견했다. 그것은 유비가 느낀 허탈한 결론처럼 ‘하늘의 허락’이었다. 연주자가 아무리 엄청난 기교를 연마해도 하늘이 그에게 남다른 감성을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화려함을 지닌 기능인에 불과하지 않다. 대략 이런 이야기로 정리하고 싶다.(훗날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보다 구체적으로 얘기할 생각이다)
좋은 소리와 기교를 연마하는 것은 전문 연주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다만 그것이 사람들 앞에서 잔재주나 부리기 위함이라면 아쉽다.
최고의 테크닉은 하늘이 준 감성과 깊이를 구하는 것보다 소중하지 않다.
상아탑에 가둔 이론과 연주를 뛰어넘어야 한다. 항상 고민하고 실수하는 것을 통해서 새가 알을 깨고 또 다른 세계로 나오는 것처럼 자신의 연주를 찾는 것이 가장 큰 테크닉을 얻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감성과 감동 그리고 공감의 단계를 거치는 것은 아름다운 음악의 세계를 안내하는 의미 있는 사명이라 생각하며 강사라는 직업에 감사하고 있다.
말보다 더 불게 해달라는 볼멘소리도 듣는다. 설명 좀 그만하라고 항상 핀잔도 받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필요한 이야기가 된다. 엄청난 테크닉의 비밀, 계산된 기교이거나, 수치로 나타내는 음정 맞추기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마음 깊은 세계를 찾는 노력에서 얻는 '선물'이다.
귀를 열고, 귀를 기울이고, 호흡을 다스리며 꾸준히 훈련하자. 하늘이 주는 감성을 구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