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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R SONG Jul 23. 2021

인간의 색소폰, 원숭이의 나발

색소폰 소리는 그 사람이다.

색소폰 소리에는 그 사람의 삶이 들어 있다.


파리 셀마(H.SELMER) 솔로이스트(Soloist) C* 마우스피스에 반도랜(Vandoren) V12 리드 2  그리고 우드스톤(Woodstone) 솔리드 실버(Solide Silver) 핑크 골드 플레이트(Pink Gold Plated) 장착했다.  조합부페 크람폰 센조(Buffet Crampon) 색소폰에 결합했다.


20+4+26=50 그리고 720 = 770


770만 원이 들어간 색소폰의 조합은 최상급이다. 이 동일한 구성으로 10명의 사람에게 10분 동안 연주를 부탁하고, 녹음해서 함께 들어본다.


물론 사실이 아닌 가정이다. 하지만 그 결과를 조금은 예측할 수 있다. 피스, 리드 그리고 악기가 동일하면 비슷한 음색의 소리가 난다. 그렇다고 해도 똑같은 소리는 하나도 없다. 소리도 지문처럼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뻔한 이야기이고, 당연한 결과 아닐까요?” "그것은 사람이 다르기 때문 아닐까요?" "아무리 동일한 모델의 악기와 부속품을 사용해도 같을 수 있을까요? 라고 대답할지 모르겠다.


그렇다 해도 그 차이가 신기하지 않은가? 사람마다 체형의 차이 호흡과 구강 구조 그리고 바람의 세기 조절 등 어느 하나같을 수 없다.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같은 소리가 없는 것일까?


색소폰 앙상블 연주자의 경우 합주를 통해서 훈련을 받으면 서로 비슷한 소리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역시도  똑같지는 않다. 서로 닮은 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도 녹음해서 다시 들어보면 역시 생각보다 차이가 있다.


소리의 차이를 구분하는 요소에는 '음정(Pitch)'이 있다. 저마다 듣는 귀와 주는 압력으로 인해서 다르게 소리를 낸다. 그리고 '음색(Tone Color)'의 차이도 존재한다. 선호하는 소리가 다르다 보니 그 표현하는 색에도 진함과 옅음으로  나타나게 마련이다. 다른 한 가지로는 '손의 움직임(Fingering)'이다. 이 역시도 서로 다름을 구분하는 큰 요소이다. 호흡과 손의 일치는 연주자의 구력과도 매우 밀접하고, 나이와 운동 정도에서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하지만 서로 다른 소리를 구분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소리의 품격’이다.


"클래스(Class)가 다르다"라는 말이 있다. "내공(內空) 있다"라는 말도 있다.


전공자와 아마추어의 가장 큰 차이를 이야기할 때 많이 쓴다. 야구선수가 던지는 공은 받아보면 선수와 일반인의 차이가 매우 크다. 축구선수가 차는 공도 마찬가지이다. 그 날아오는 속도와 궤적을 경험하면 왜 선수가 다른지 알게 된다. 색소폰 소리에도 비슷함을 발견한다. 그 차이에는 '스피드(Speed)’라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있다.

야구와 축구에서 ‘공을 뿌린다’ ‘공을 감아 찬다’ ‘실밥을 긁는다’ 등 다양한 표현을 쓴다. 마찬가지로 색소폰 소리에서도 '내뿜는다' '예리한 칼로 종이를 자른다' '빠르게 직선을 긋는다' 등 그 속도의 차이를 표현하는 이야기가 많다.  특히 고수의 색소폰 연주에서는 음량은 커지지 않으나 상당한 압력이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것을 발견한다. 분명히 모든 신체에 힘은 뺐다고 보이는데, 마치 '에어건(Air Gun)'에서 공기가 나오듯 순간적으로 빠르고 힘찬 바람을 경험하게 된다. 그 요령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의 훈련이 필요했다.


또 한 가지 클래스의 차이에는 '고급스러움 vs 경박스러움'이다.


유독 기름지고 고급스러운 소리를 지닌 연주자가 있다. 그런 사람의 연주는 잘생긴 배우를  통해 느끼는 드라마의 몰입을 경험하게 한다. 외모지상주의 또는 속물근성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좋은 소리를 듣다 보면 잘생긴 배우의 얼굴이 떠오르고는 했다.


반면 유독 경박스러운 소리도 있다. 그런 사람에게 앞서 이야기했던 770만 원의 조합을 불게 해도 그 소리는 최상급 악기 '부페 크람폰 센조'가 아닌 저가형 '중국산' 색소폰 소리를 듣게 된다. 심지어 그 소리는 거슬리고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문제는 정작 그 당사자는 모른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입이 파리 셀마라서 뭘 줘도 잘 불어요"라는 이야기도 한다.

그 순간 만나는 것은 사람이 아닌 경박스러운 원숭이가 모자를 뺏으려 달려드는 것 같았다. 짜증스러움이 공포로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가끔 그런 이야기를 하는 동호인을 관찰하고는 했다. 신기하게도 원숭이의 잇몸과 이빨이 느껴져서, 그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재미있는 것은 나무를 잘 타는 잔재주를 칭찬하며 거짓 박수를 보내는 관객이 그 주변에 꼭 있었다. "우리 형님은 밴드부 출신이라 남달라요" "군악대를 나와서 테크닉이 기가 막힙니다" 꼭 이런 이야기를 하고는 했다.


관객의 공감에 대해서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연주자의 탄생은 그렇게 시작된다.


그렇다면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가?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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