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에서 카페를 마셨다.
프랑스 '카페'에서는 '꺄페'를 마신다.
파리의'카페(커피숍)'에서 '카페(커피)'를 달라고 하면 '에스프레소'를 준다.
정말 소꿉장난 잔이다. 한국의 에스프레소 잔은 거기에 비하면 머그잔이다.
진한 색 카페는 그야말로 '커피'라기보다는 '뽑기'(설탕을 태워서 만든 추억의 식품)에 가깝다.
첫맛은 한약만큼 쓰고 그 여운은 생각 이상으로 오래간다.
그런데 그 중독성은 더 오래간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그 시절 학교 앞에서 마시던 '꺄페 에스쁘레소' 를 잊지 못한다.
동네마다 크고 작은 카페에서는 '로또'를 팔기도 하고 담배를 파는 '따바(Tabac)'도 함께 운영한다.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자욱한 담배 연기 속으로 탄성과 함성이 오고 간다.
가끔 눈인사를 나누던 '므씨유(Monsieur)'(예전에는 '갹송'이라고 불렀던 '웨이터) 에게 경기 결과를 묻고는
했는데, '빠히 쌩 제흐맹(PSG)' 팀이 이겼다고 하면, 그냥 함께 기뻐하고 축하를 해주기도 했다.
파리를 떠올리면 에펠탑보다 카페가 먼저 떠오른다. 에펠탑은 프랑스인 보다는 외국인을 위한 공간이 아닐까 싶다. 정말 유명한 카페에는 프랑스인 보다 외국인이 더 많다.
프랑스인들의 사는 모습은 카페에 앉아있으면 조금은 느낄 수 있다.
담배를 사고, 심지어 자동차 범칩금 납부를 위한 수입증지도 구입하고, 엽서도 사러 온다.
축구를 함께 보고, 정치 이야기와 다양한 이야기를 큰 소리로 떠들고 나눈다.
파리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파리의 지저분함과 개똥을 가장 많이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살았던 사람은 파리의 냄새와 꺄페의 풍경 그리고 빵집의 바게트를 추억한다.
파리의 매력은 외국인에게 제공한 공간보다 그들이 살고 있는 공간에서 더 매력적이었다.
"엥 꺄페 에스 쁘레 쏘 씰 부 쁠레"를 외치던 그 파리의 꺄페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