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험에 이정도면, 괜찮은거 아닌가요?
작년 무더운 여름날, 나는 대학교 4학년 막 학기로 중간고사를 치른 후였다.
나는 짧은 휴학을 한 터라 아직 대학생의 신분이었지만, 나보다 먼저 졸업한 대학 동기 중에서는 '취뽀'를 하여 직장에 내정이 된 친구들도 있었고 휴학하고 공무원 시험을 쳐서 먼저 합격한 친구들, 전문직 시험을 준비하는 선배들 등.. 하나둘 주변인들이 자신의 대학이라는 소속된 울타리를 벗어나기 전 다시금 자신에게 소속감을 안겨줄 다른 울타리를 만들어갈 때쯤이었다.
그 당시 나는 정말 늦었다는 생각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불난 집을 바라보는 어린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발만 동동거리면서 마음만 힘들어하고 있었다.
이렇게 있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정말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앞서 각종 취업 카페, 사이트, 카카오톡 단톡방, 교내 취업 게시판을 샅샅이 뒤지며 당장 내가 취업을 하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곳부터 지원하기로 시작했다. 정말 그동안 공부한 것이 무색할 만큼 지원하는 족족 서류는 다 떨어졌고, 코로나 19로 입사시험이 밀려서 애초에 신입직원을 뽑는 회사가 정말 적었다. 하지만 난세에도 언제나 영웅은 존재하고, 꽉 막힌 유리병도 온 힘을 다해서 열려고 하면 열리듯 정말 딱 하나 서류합격이 되었다.
애국가나 욕만 쓰지 않으면 합격을 시켜준다는 소위 서류 적부인 어느 한 지방공기업에 서류합격을 했다.
그 회사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시험이 출제되는지 전혀 기본이 없는 상태로 마냥 시험장이 집 앞과 가깝고 나에게 처음으로 서류를 붙여준 회사라는 생각에 신나고 한껏 들떠있었다.
그리고 약간의 자만심과 미묘한 자신감으로 시험장인 엑스코 문을 자신있게 열면서 들어갔다.
하지만 한낱 싸구려 같은 얄팍한 내 자만심과 약간의 자신감은 바로 사라졌다. 대구광역시의 모든 취준생은 이 곳으로 집합한 것처럼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알고 보니 이 큰 컨벤션센터 전체가 시험장일뿐더러 대구 내 다른 고등학교에서도 나누어져서 시험을 치른다는 것이었다. 시험을 치면서 이런 인파는 수능 이후 처음이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공무직이라고 말하는 무기계약직도 함께 섞여서 이곳에서 시험을 쳐서 머리가 희끗희끗하신 우리 어머니, 아버지뻘로 되어 보이시는 아니, 사실 그보다 더 많은 연배의 수험자 선생님도 많아서 마음이 굉장히 복잡해졌다.
시험은 NCS 50문제, 전공 50문제 총 100문제를 휴식 시간 없이 총 100분간 진행했다.
전공의 경우에는 예전에 공부한 적이 있는 행정학으로 선택하여, 그래도 꽤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아무것도 먹지 못한 빈속에 자판기의 비타파워를 들이킨 덕분일까?
나쁘지 않은 기분으로 시험을 친 것 같았다.
5일 뒤, 신입직원 채용 필기시험 결과 안내를 받았고,
전공과 NCS를 합쳐서 160점가량으로 합격 컷을 어림짐작하곤 했는데,
나는 그것에 가까이 준한다고 볼 수 있는 155점을 받았다.
행정학 개론을 1회 독도 하지 못하고, NCS도 풀어보지 못했으며, 필기시험도 처음이었는데,
이 정도면 괜찮은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이 길은 내 길이며 빠른 시일 내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느낌이 무색하게 누구나 뻔하게, 숱하게 거쳐 가는 전형적인 초짜 취준생들이 겪는 과정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보다 먼저 공기업 취업준비를 준비한 친구의 추천으로 학교 앞 스터디카페에서 유료로 진행하는 NCS 스터디에 가입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사장님이 면접 아닌 면접을 보는데, 기초 스펙을 물어보곤 필기시험을 쳐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봤다. 나는 얼마 전 모 지방공기업 시험 이야기와 나의 점수 이야기를 했다.
사장님은 심드렁한 반응으로
" 딱 그 정도면 여기 준비해볼 수 있는 마지노선의 실력이네,
사실 그 정도 초반에 그 점수 안 나오면 여기 시험 준비해서 붙긴 힘들지.
다들 그 정도는 나오는 애들이 애초에 시험 준비해. 점수 낮거나 애매하면 돌려보내려고 했어.
100m 달리기에 90m까지 온 애들이 10m를 위해서 1년을 내내 준비해도 붙을까말까한 시험이야
요새 워낙 취업이 힘들고 공기업은 인기가 많잖아? 경화 학생도 알다싶이 티오도 적고
잘 왔어. 앞으로 죽을 둥 살 둥 열심히 해서 취업합시다. 알겠죠? "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 나의 취업준비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