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문장이라 단어 하나하나 곱씹어 본 적이 없는데, '잘 협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협력을 통해 만드는 결과가 '좋은 결과물'이길 바라는 마음은 무엇인지, 왜 결과는 '한 번' 만들어보라는 것인지 굳이 한 번 되새겨본다. 왜냐하면 지금은 평범한 것도 새롭게 다가오는 팬데믹(pandemic) 기간이니까!
(1) 잘 협력하다!는 전편을 확인해주세요 :)
(2) 좋은 결과물?도 전편을 확인해주세요!
3) '한 순간'의 의미..
달걀 한 판의 나이가 되던 날, 누군가 물었다. '옛날 친구들은 좀 만나고 다녀?'
문득 초등학교 교실에서 급식 같이 먹던 친구부터, 대학교 강의실에서 꼬박 밤을 함께 새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 때는 무언가를 같이 하던 일들이 참 익숙했고, 당연했었는데 언제부터 '나'를 '함께'보다 고집했나 생각해보게 되었다.
직장을 다니면서 일에 대한 정보나 손에 잡은 서류의 양이 늘어나는 만큼, 함께 하는 일 속에서 '나' 개인을 숨기고 드러내는데 익숙해지기도 했다. '연대 사업' 혹은 '컨소시엄'사업을 하며 연대하고 협력하는 일, 공동체를 조직하는 일을 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의 손을 바라보지 못했던 시간들을 문득 돌아보게 된다.
워크보트는 팬데믹 속 협력의 맛과 쓰라림(1편,2편)을 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줌과 동시에 앞으로 내가 하고픈 연대와 협력을 그려보는 그림장을 건네주었다. 그림장의 시작은 함께 승선한 동료가 전해준 링크에서부터 시작된다. 랜선을 타고 들어간 페이지에 나온 글. '다양한 운동과 연대의 방식'이라는 다소 딱딱한 글 속에는 되려 섬세한 제목들이 달려있었다. - 소리 없이 전하는 마음 -주변과 연결되고 공유되는 마음 - 소비자의 입장으로 맞댄 마음 - 시공간을 초월하여 닿는 마음 (서울시NPO지원센터, 2021.5.31)
하아. 아하.
하아.1 연대는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구나.
앞선 글에서 적었던 나의 이야기들은 참 일과 연결되어 있었고, 성과와 선이 닿아있었다. 사람이먼저였다고, 서류보다는 신뢰가 먼저였다고 거창하게 적었지만 사업이 실제 성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면 협력의 기쁨을 맛보았다고 이야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 글에서는 스티커와 같은 작은 굿즈를 통해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일. 그리고 불매운동을 하며 나의 주권과 우리의 주권을 지키는 일 또한 연대이고 협력이라고 이야기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닌 작지만 서로 맞댄 생각과 마음이 연대의 씨앗이오 진짜 의미였을까. 새삼 가슴이 저릿하다.
하아2. 한 번이라고 연대가 아닌 것이 아니구나.
연대의 쓰라림을 돌이켜보면, 나는 영원한 연대를 꿈꾸었음을 알았다. 우리는 처음에 좋았으니까. 앞으로도 좋을 것이고 그 결과도 창대할 것이다! 그런데 '다양한 운동과 연대의 방식'에서 소개한 여러 사례들은 2000년, 2013년, 2014년 하나의 시점과 사건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억을 더듬어서 생각해낸 SNS 챌린지도 있고, 세월호참사 노란리본 굿즈처럼 지금까지 이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사례도 있다. 그런데 현 시점, 타임라인 속에 존재하지 않아도 그 때는 나와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에 든든하고 힘이 되었던 일들이다. 연대는 나를 감싸는 영원한 온기가 아니라 촛불처럼 피고지는 정열일수도 있겠다.
나의 연대는 어디에서 피어날까.
나의 연대는 나에게서 피어난다. 함께 한다는 의미의 연대이지만 '내'가 '함께'에 속하지 않으면 연대는 더 이상 없다.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는 챌린지 캠페인도 내가 해시태그를 달지 않으면 그건 남이 하고 있는 의미있는 활동이지 않은가. 멋드러지지 않아도 내가 있는 곳에서 무언가를 함께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연대는 의미있는 것 아닐까. 앞으로 내가 꿈꾸는 연대는 연대를 삶과 분리하지 않고, 내 생활에서 피어내는 것이다.
워크보트에 승선하는 것은 퍽 새로운 경험이었다. 처음 선원 모집글을 보고 지원메일을 작성할 때 한참을 망설였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서 오프라인 모임에 참석할 수 없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고, 매 월 글을 작성한다는 것에 부담도 있었다. 그래도 기회가 주어져 승선을 하고 나서는 '연대'와 '협력'이라는 다소 이상적이고 희미한 단어를 공부하고 생활 속에서 접점을 찾아내는 대화를 나누며 마음이 어려웠다가도 편해지고, 축 가라앉았다가 텐션이 높아지고 그랬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연대를 꽤나 거창하게 영원한 것으로 생각했기에 워크보트에서 앞으로 연대할 수 있는 씨앗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 가능할까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다. 그런데 글을 마칠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이미 연대하고 있었고, 배를 함께 저어가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서로의 시간을 배려하며 찾아낸 밤 10시 수다모임. 여러대의 휴대폰을 거치고 연결하여 이루어낸 온-오프라인, 글로벌 합평모임. 월요일이면, 혹은 축 처지는 아침에 공유받는 신나는 노래 한가락은 함께 있음을 굳이 글로 적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순간들이었다.
책이나 연구서를 읽으며 '학습-배우다'하고자 했던 당초의 목표에서는 약간 벗어났지만, 그래도 삶과 연대를 분리하지 않으리라 다짐하는 마음을 이번 연대의 작은 성공으로 위안삼으며 다음 승선지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