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꿈에게 지지 않는 법

20대의 악몽 일기 (1)

by Gray

나는 꿈을 정말 자주 꾼다. 언제 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꿈을 기억 못한채 상쾌하게 일어나는 일이 드물어졌다. 오늘도 엄청 뛰었네, 그 사람은 갑자기 꿈에 왜 나왔지? 같은 말들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잠에게 안녕을 얘기한다.


그래서 그런건지 수면장애가 심하고 악몽을 자주 꾼다. 잠에서 깨면 울고 있는 날이 많고 꿈에서 처음 만났던 사람들의 죽음을 떠올리는 날도 많았다.


돌아보면 어릴 때부터 악몽이 내 잠친구였던 것같다. 그도 그럴게 내 기억 속 가장 오래된 기억은 엄마 등에 업혀있던 나에게 귀신이 손짓한 기억이다. 몇 살인지도 모를 나는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엄마등에 업혀있었고 창문 밖에는 머리가 정말 긴 여자가 가까이 와보라며 손짓했다.


그때 우리집은 5층이었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업혀있는 모습이 그려지니 아마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초등학생도 아닌 나이였을 것이다. 가족들이 내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내가 나 좀 봐달라고 아무리 외쳐도 나는 투명 망토를 둘러 쓴 해리포터마냥 보이지 않는지 시선 하나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잠에서 깼을 땐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지금이야 아, 내가 가위에 눌렸구나. 생각하며 손가락부터 움직여 봤을텐데 어렸던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움직여지지 않는 몸으로 끙끙대다가 다시 잠들었던 것같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바로 오늘도 내가 죽는 꿈을 꾸었다. 사람들이 너 그렇게 하면 죽어! 하면서 말렸지만 나는 묵묵히 내가 선택한 것을 끝내고 눈을 감았다.


이런 악몽을 꾸는 게 점점 힘들다고 느껴진 건 막 20살이 된 해였다. 잠을 자도 피곤한 게 싫었고 깊이 자고 싶었는데 울다가 깨서 꿈을 곱씹으며 새벽을 보내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나는 잠을 잘 자지 않았다. 하루 이틀 잠을 안 자다시피 하면 그 다음날에는 아무 생각 없이 푹 자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내 짐작이었다. 역시 20살의 무모한 도전은 실패였다. 불면증과 예민함만 잔뜩 늘어버렸고 악몽은 여전히 나와 단짝이었다.


꿈 속에서 몇 십명의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죽어나갔고 살인자는 나를 죽이지 못 해 안달이었다. 때로는 납치범에게 붙잡혀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버려졌다.


그렇게 1년을 보내다 문득 그날 꾼 꿈과 감정을 기록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일이 있을 때 다이어리를 쓰며 날카로워진 감정을 잠재우는 것처럼 꿈 속에서의 감정, 깨고 나서의 감정을 기록하면 조금은 후련해질 것같았다.


이 생각을 한 날부터 매일은 아니지만 생각이 날 때마다 SNS에 꿈을 적어내렸다. 좋은 꿈, 슬픈 꿈, 악몽 종류를 가리지 않고 전부 적었다. 물론 이런다고 내 꿈 상황이 나아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하나 달라진 것이 있다.


마음 속에 응어리진 감정들이 조각나서 온 몸으로 빠져나왔다. 행복했던 꿈을 기록하면 그날은 웃음이 더 많았고 슬픈 꿈을 기록하면 30분 동안 울 걸 15분만 울게 되었다. 무엇보다 악몽을 기록하면 다시 잠들기 힘들거라고 생각하던 것이 사라지고 지금 자도 꿈이 이어질 것같은 기분이 사라졌다.


글의 힘은 생각보다 강하다. 그날 하루의 기분을 책임지던 이기적인 꿈에도 글은 지지 않았다.


"너는 글쓰기가 왜 좋아?"

"그냥, 차분해지잖아."


예전에 글쓰기를 좋아하던 친구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친구는 자신이 글을 쓸 때 차분해지는 자신이 좋다고 했다. 이제서야 나는 그 말에 공감을 한다. 글을 쓸 때의 그 침묵에 파묻혀서 비로소 나는 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