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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 Aug 14. 2022

미국에서 아이들과 캠핑하기

(중노동)

나는 한국에서는 캠핑을 해본 적이 없다. 미국에서도 캠핑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캠퍼이다.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몇 년 전에서야 처음 캠핑을 시작했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저렴한 장비들이었지만 많은 장비들을 처분하고 다시 구매해야 했다. 또한, 캠핑의 전략(?) 같은 것도 바꾸어야만 했다.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최근에 2박 3일의 캠핑을 다녀왔는데 지금까지 가장 만족스러운 캠핑이었다.


두 아이를 둔 가장으로서 미국에서 캠핑하는 것의 장점은 아래와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다. (한국도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자연 - 주립 공원 캠프 그라운드에만 가도 꾸며지지 않은 자연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음

조용함 - 밤 시간에는 소음을 줄여야 하는 엄격한 룰이 있고 대부분을 이 룰을 잘 지키기 때문에 굉장히 조용함

사생활 보호 - 이웃 사이트와 거리가 있고 또 큰 나무들로 둘러 쌓여 있는 경우 거의 독립적으로 사이트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웃과 엮일 일이 거의 없음

접근성 - 가까운 거리에도 충분히 좋은 캠프 그라운드가 많이 있음

연계된 다양한 액티비티 - 트래킹, 카약, 승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자연환경과 시설이 존재함

편의성 - 캠핑 문화가 오래전부터 발달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굉장히 편의성이 좋음

저렴한 캠핑 장비 - 캠핑 시장이 크기 때문에 월마트에만 가도 원하는 모든 캠핑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가 가능


미국에서 캠핑하기의 단점이라면 내 경우에는 아이들과 캠핑을 하기에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활동적이지 않을 경우 심심해 할 수 있음. 나 같이 사춘기의 아이가 있는 경우 무언가 아이의 관심을 끌만한 것이 없다면 조용한 곳에 힐링하러 갔다가 계속 스마트폰만 붙들고 있으려는 아이와의 트러블 때문에 관계만 더 망치고 오는 꼴이 생길 수 있음. 너무 어린아이도 마찬가지.

캠핑장에 따라 사이트가 너무 외딴 경우 아이들과 아내가 무서워하는 경우가 있음. 밤에는 칠흑같이 어둡고 많은 곤충들과 야생동물들이 나타나기 때문에 화장실 한 번 갈 때다마 엄청난 불평을 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에스코트 서비스까지 제공해야 함.

 캠핑장에 따라 다르지만 시설이 열악한 경우 가족들을 적응시켜야 함. 한국에서 군대 생활을 한  아빠들에게는 고급 리조트 같은 시설이라도 아이들에게는 원시적으로 느껴질 수 있음.

실제로 약간 위험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음. 딸아이와 계곡에서 놀다가 큰 뱀을 바로 앞에서 만나기도 했고 (내가 사는 지역에는 치명적인 독사가 존재함), 광견병을 초래할 수 있는 너구리 같은 동물들이 와서 밤에 텐트를 긁는 일은 빈번히 일어남. 지역에 따라 곰이나 코요테 같은 위험한 동물이 나타날 수도 있음. 또 다른 지역에는 엘리게이터가 살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기준으로 삼고 기본적인 안전 교육이 없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음. 다행히 내가 사는 지역은 안전한 편임.


나에게는 특히 첫 번째 단점이 크리티컬 한데 캠핑의 첫날은 셋업도 해야 되고 그러고 나서 밥 먹고 모닥불 피우고 하면 금방 지나가지만 다음날 아침을 먹자마자 바로 심심하단 말이 아이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하면 굉장히 피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 다녀온 캠핑장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놀이 공원에 딸려있는 캠핑장이었다. 수영장과 놀이 기구들이 있기 때문에 심심하단 말이 안 나올 최적의 환경이었다. 다만 놀이 공원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조금 시끄럽고 사이트 간격이 좁아 사생활 보호가 안된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편리했다. 맨 처음 캠핑을 할 때는 큰 텐트 하나를 가지고 다녔는데 치고 접기가 너무 힘들어서 작은 텐트 두 개로 바꾸었다.


올해 다녀온 다른 캠핑장은 카운티가 운영하는 캠핑장이었는데 접근성이 매우 좋고 주변 환경이 아름다워 마음에 들었다. 특히 아내의 친구인 일본인-미국인 부부 가족과 같이 갔는데 아내 친구가 만들어준 일본식 카레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일본 만화책에서 많이 보던 캠핑에는 카레!

넓은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다는게 많지 않은 미국 생활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바닷가 근처의 캠핑장은 아이들과 하는 캠핑에 있어서는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엄청 많은 뒤치다꺼리가 생기지만...) 아래 사진은 한국과 비슷하게 물이 빠지면 조개를 잡아 볼 수 있는 캠프 그라운드가 있는 주립공원.

엄청나게 많은 살아있는 투구게를 볼 수 있었던 곳인데 안타깝게도 동영상만 찍어 옴.


캐빈을 이용하는 것도 어린아이들이 있는 경우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아래 사진은 몇 년 전에 방문한 사설 캠핑장인데 수영장과 놀이터, 트램폴린 같은 것들이 있어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 곳이었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사설 캠프 그라운드인데 (약 20분) 일단 가까워서 편리했고 작지만 수영장이 있는 점도 좋았다. 나도 초보이지만 캠핑을 처음 하는 친구 가족들과 함께 했던 곳이다. 도착한 날의 날씨는 완벽하게 좋았는데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 이후 친구 가족은 캠핑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캠핑의 꽃은 보닥불과 스모어를 위한 마시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딜 다녀오던 캠핑의 하이라이트는 짐을 풀고 장비를 털고 말리는 일이다. 미국의 주택의 경우 대부분 어느 정도의 공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텐트나 침낭을 말리는 데 있어 훨씬 고민과 일손이 준다.

가뜩이나 장비가 많은데 가방 하나가 꽉 찰 정도로 인형을 챙기는 아이들...


올해 캠핑 장비를 대부분 바꾸며 아내가 매주 캠핑을 갔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실제로는 캠핑을 딱 두 번 밖에 가지 못했다. 우선 아이들이 크면서 하는 일이 많아져 바빴다. 그리고 (믿기 어렵겠지만...) 내가 아직도 코비드 후유증으로 체력이 정상이 아니어서이다. 아마 올해 한 번이나 두 번의 캠핑을 더 갈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이유는 미국 생활 (우리의 개인적인) 방식과 환경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는 캠핑장에야 가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푸른 자연, 계곡, 바베큐, 불멍, 텐트 등 말이다. 개인적으로 운이 좋게도 내가 사는 동네는 정말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있다. 푸른 나무들과 계곡이 있고 하늘은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다. 바베큐는 일상의 메뉴 중 하나이고 내 경우는 단독 주택에 살지 않아 불멍까지는 어렵지만 지인의 집 등에서 흔히 불 주위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게 일상이고 마당에서 해먹이나 그네를 걸어 놀기도 하고, 수영장을 설치하고 심지어 워터 슬라이드를 만들어 놀기도 한다. 그래서 캠핑은 일상으로부터의 단절을 위함이지 캠핑장에 가야만 반드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인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아이가 없는 회사 동료들이 캠핑을 갈 때면 휴대폰 시그널이 닿지 않아 연락이 안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을 종종 들었다.


집에서, 이웃집에서, 집앞에서 얻을 수 있는 경험들


미국 생활을 찬양하려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아직 꺼내 놓지 못한 수많은 어려움이 있고 한국으로 돌아갈까 심각하게 많이 고민했고 지금도 가끔 고민한다. 우리 아이들은 유튜브에서 본 한국의 모습만으로 한국에 살고 싶다고 말하는데 지금이야 어려서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조금만 더 지나면 아마 한국에서 사는 것은 정말 어렵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아이들은 모른다 한국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들을 얻게 만들고 잃게 만들게 될 것인지를. 적어도 자연 속에서 사는 삶, 나의 평생의 꿈이었던 것들을 잃을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빌딩 숲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아 본 적이 없어서 지금 자신들의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모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는 다시 그런 삶을 살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굉장히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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