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롯스빌, 버지니아
* 표지사진: 버지니아대학부터 멀리 샬롯스빌 다운타운이 보인다.
겨울이다. 새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나무들은 표지사진에 보이는 단풍잎들을 거의 다 떨어트렸다.
지난 목요일은 추수감사절 휴일이었다. 수요일부터 어제 금요일까지 대학 요가 수업이 없었다. AYC (Ashtanga Yoga Charlottesville)에 가서 수련을 했다. 그곳도 연휴라 한산했다. 새벽 6시 조금 전에 그곳에 도착하면, 선생 리암이 막 문을 열고 있다. 요가실에 들어가 요가 매트를 깔고 요가를 시작한다. 대략 40분 후, 카포타사나를 하기 시작하면, 그때서야 사람들이 한둘 들어오기 시작한다. 중급시리즈를 마치고, 고급시리즈의 몇 아사나를 하고, 백밴딩과 드롭백/컴백업을 하고, 클로징 시퀀스를 하고, 휴식을 취한 후, 요가실을 나서면, 그전에 왔었던 사람들은 거의 다 가고, 오직 한사람이 남아있다. 옷을 주섬주섬 입고 있는데, 리암이 나와서 말을 건넨다. 나의 요가수련 시간이 아주 길어졌다고. 2시간 30분가량이 되니까. ㅋㅋ 나만큼 열심히 하는 사람은 사실 찾아보기 쉽지 않다. 아마 5퍼센트? 버지니아대학요가그룹에는 서너명의 고정멤버들이 나만큼 혹은 더 열심히 하는데.. 이곳 AYC에선 없다.
최근에 주위에서 좋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왔다. 나이듦이 전혀 유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우치게 하는 소식들. 대학요가그룹 멤버인 린다는 70대다. 최근에 다리가 아파 (왜 그렇게 되었는지는 린다가 말을 해주었는데, 까먹었다), 40여일간 요가를 쉬었다. 의사의 권고로. 1-2주 전부터 다시 나와 수련을 시도하고 있는데.. '시도'다. 초급시리즈 아사나들도 다 하지를 못한다. 두달안에는 다시 예전의 상태로 회복될거야라고 위로해 주었는데.. 그리 될지는 잘 모르겠다. 지난 화요일에는 나와서 초급시리즈의 첫 아사나들 몇개를 시도하더니, 통증이 왔던지 존에게 무언가 말을 하곤, 요가실을 떠났다.
이웃에 살던 70-80대 여성 둘이 뇌졸중에 쓰러졌다. 한 여성은 항상 유쾌했었는데.. 그 여성은 두달가량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최근에 다시 모습을 보였다. 휠체어를 타고. 다른 여성은 혼자 생활하고 있었는데, 뇌졸중 후에 요양원으로 갔다고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이 전혀 유쾌하지 않게 된 나이다.
건강이 가장 소중하다는 당연한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
20대 초반, 10대 후반인 두 아이들이 이 사실을 알까. 내가 아이들의 나이때엔, 부모님의 건강을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다. 두분 모두 오래 건강하게 사실거라고 여겼던 듯 싶다. 우리의 삶이 유한함을 나이가 들어야 체감하게 된다. 젊었을땐 남 이야기 같지만.. 아버님은 15여년 전에 벌써 세상을 뜨셨고, 어머님은 요양원에 계신다.
최근에, 남은 생을 어떻게 어디에서 살까를 고민하고 있다. 은퇴 후의 삶의 설계랄까? 한국 유투브를 보면, 은퇴하기 최소 10년 전부터는 은퇴 후 삶을 위해 재정적 준비를 해야한다고들 한다. 최근까진, 난 재정문제는 거의 문외한이었다. 신경조차 쓰지 않았으니까. 수년전 어떤 계기가 생겨 나의 재정상태를 곰곰히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이다. 더 늦기 전에 그래서. 지금부터 최소 10년은 더 일할 수 있으니까. 건강이 허락한다면 말이다. 최근부터 어떻게 은퇴 후 재정상태를 설계하고, 어떤 투자를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행동에 옮기고 있다. 계획대로만 흘러간다면.. 돌아가신 아버님께서 흡족해 하시겠다.
다시, 건강.
건강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나이가 들수록 다치면 회복이 매우 느리다. 난, 린다가 아파서 당분간 요가를 쉴거라고 했을때, 쉬면 안될텐데..라고 속으로 생각을 했었다. 린다의 몸상태가 어떠했는지를 정확히 모르니, 그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몇주전에 대학 친구가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물리치료를 받는다며, 요가가 도움이 될까란 질문과 함께. 나의 대답은 당연히, 도움이 된다였다. 내가 수행하는 아쉬탕가요가는 사람들이 매우 어렵다고 여기는데.. 사실 마이소어수업이라는 독특한 수업방식때문에, 어쩌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언제 시작하던, 누구에게나 최적의 요가수행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뻣뻣하면 뻣뻣한대로, 유연하면 유연한대로, 각자의 상태에 맞게 조절을 하며, 적은 수의 아사나들을 혹은 좀더 많은 수의 아사나들을,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대에 수련을 하는 수업방식이 아쉬탕가요가에만 있는 마이소어수업방식이니까. 같은 공간에서 같이, 다양한 수준의 요가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요가를 하는 건 매우 좋은 환경이다. 분발을 하게 해 준다.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꾸준히 하면 저렇게 되겠구나 생각하게 되고, 나보다 좀 못하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몇년전엔 저랬었지하게 되고. 서로 좋은 자극이 되어주는 환경.
지난 여름에, 평소 좋아하던 선배 한분이 파킨슨병에 걸리셔서 일찍 은퇴를 하셨단 소식을 들었었다. 그리곤, 그 선배댁에 가서 아쉬탕가요가를 하시라고 시범을 간단히 보여드리고 왔었다. 그후, 요가친구 한사람을 요가선생으로 소개를 시켜드리고 미국에 왔었다. 최근에, 지금도 꾸준히 요가를 하시느냐고 연락을 드렸더니, 하고 계신단다. 벌써 4개월이 넘었는데.. 음.. 좋은 소식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하실 단계에 들어서셨다. 이번 겨울에 한국에 가면, 선배댁에 다시 한번 방문을 할 수가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