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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장복 Nov 13. 2024

027 그러니까, 형

그러니까, 형_charcoal, acrylic on linen_181.8x259.1cm_2024


027


11월 12일


하루를 닫는다.


/ 그러니까 형, 영혼이란 건 아무것도 아닌 건가. 아니, 그건 무슨 유리 같은 건가.


쇠심줄 같은 하루를 마신다.


/ 유리는 투명하고 깨지기 쉽지. 그게 유리의 본성이지.


고개 들어 검붉은 하늘도 마신다.


/ 그러니까 유리로 만든 물건은 조심해서 다뤄야 하는 거지.


멍한 입에 또 한잔의 술을 털어 넣는다.


/ 금이 가거나 부서지면 못쓰게 되니까, 버려야 하니까.


살얼음 깔린 술이 시린 목구멍에 곤두선다.


/ 예전에 우린 깨지지 않은 유리를 가지고 있었지.


연분홍 내벽에 빨강이 점점이 맺힌다.


/ 그게 유린지 뭔지 확인도 안해본, 단단하고 투명한 진짜였지.


금이 간 뇌의 뇌수가 눈물로 굴러 떨어진다.


/ 그러니까 우린, 부서지면서 우리가 영혼을 갖고 있었단 걸 보여준 거지.


빈 잔이 차오른다.


/ 진짜 유리로 만들어진 인간이었단 걸 증명한 거야.



(독작 / 소년이 온다, 쇠와 피 중에서) 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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