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구두 한 마디에 눈물이 그렁그렁. 우울증인가 호르몬 때문인가, 애 낳고 3년이 더 지났는데도 호르몬 탓을 해도 되는가 고민하며 남겨두었던 짧은 메모.
10센티는 족히 넘을 나의 마지막 힐,버려지지 않는 내 마지막 뾰족 구두.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데도 자리가 아깝지 않다. 열고 닫을 때마다, 시야에 스쳐지날 때마다 '나도 그런 시절이 있었지'하며 나를 달랜다.'괜찮아 나도 그런 시절 있었어' 하면 마음이 놓여진다. 내 젊은 시절 잊기 싫어, 나를 위해 버릴 수 없나보다.
눈물 가득 고인 내 눈동자를 지그시 바라 보던 아들은 자기 하고 싶은 딴 소리를 이어갔다. 감정 조절에 아들만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던 날. 하이도 나도 39개월 쯤. 하이는 훨훨 날아다니던, 나는 겨우 걸음마 떼던 시절.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아는 것. 내 빛나는 젊음이 있어 너란 꽃을 피웠음을.
사진출처 : 셀프웨딩스냅 찍겠다고 깝치다 개고생하던 중 지나가던 아마추어 작가분이 남겨주신 우리의 피땀눈물 담긴 결혼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