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우리 아이는 수시를 준비하던 아이였고 학군지에서 내신관리도 열심히였던 아이였지만 수시가 잘 되지 않아서 최저 수준만 맞추려고 했던 수능 정시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을 하였습니다.
특히 과학탐구 과목들로 인해 안 좋은 백분위를 받게 되어 원하던 대학과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고, 더더욱 아쉬움이 컸습니다. 아이는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을 하여 1학기는 다니고 2학기 휴학을 선택하고 수능 준비를 하였습니다.
물론 학교 수업을 주 3회로 몰아서 넣고 나머지 시간은 독서실을 종종 이용하여 감을 잃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독학재수독서실과 필요한 과목 단과수업 2가지를 들으며 5~6개월 열심히 공부했던 아이.
모의고사에서 계속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기대함도 컸고 힘든 수험생활 중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전의 수능... 모든 시험이 끝나고 마주한 아이의 표정이 약간 어두워 보였고 많이 지쳐 보였어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집에 와서 채점을 해보니 작년과 비슷한 성적을 보인 과목들도 있고 탐구과목은 잘하는 과목으로 옮긴 터라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정말 중요한 한 과목에서 작년보다 떨어진 결과를 받아서 너무 아깝기도 하고 상심도 있었지만, 그래도 힘든 시간들을 포기하지 않고 잘 견디고 마무리하게 되어 다행이기도 하고 후련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아이에게 재수나 반수는 계획에 없었습니다. 오히려 편입이 더 유리해 보였습니다. 아이는 영어를 굉장히 잘하여 어려운 시험에서도 항상 좋은 결과를 얻었었기에 여러 과목을 봐야 하는 수능보다 편입이 더 나은 선택지 같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지에 없던 재수(정확히는 반수)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이러했습니다.
1. 공부를 하지 않고 수능 시험지로 사탐 두 과목을 풀었을 때, 한 과목은 1등급, 다른 한 과목은 2등급을 받았고 과목 탐구 과목을 망쳤던 아이여서 다른 선택지로 옮기면 가능성이 있어 보였습니다. 독서를 통한 배경지식이 많고 관련 과목을 좋아했습니다.
2. 아이가 처음으로 반수를 해보겠다고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3. 잘하는 과목들이 있었습니다. 국어와 영어는 안정적인 등급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런 3 가지 이유로 아이는 한번 더 시험을 치르게 되었고, 솔직히 많이 아쉽긴 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보다 전체 백분위 자체는 많이 올랐습니다.
학군지다보니 주변에 많은 아이들이 재수나 반수를 결정하였고 제가 아는 공부 좀 했다는 아이들이 더 좋은 곳으로 진학하기 위해 재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는 게 상식적으로는 정상인 것 같지만 사실 실상은 그렇지 않음을 봅니다.
우리 아이도 6모, 9모 모의고사보다 낮아진 결과를 얻은 것을 봐도 수능 당일날의 다양한 변수들이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에 국어와 영어 과목이 불수능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1교시 때 아이들은 가장 많은 긴장을 하고 길고 복잡한 지문을 읽으며 초 집중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멘탈이 강해야 가능하다고들 합니다. 단 하루 만에 그동안의 공부를 평가받는다는 압박이 큽니다.
우리 아이에게 물어보니 특히 국어시간에 머리를 너무 써서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많았고 영어도 만만치가 않았다고 하더라고요. 재수나 반수를 결정할 때 먼저 자신의 수능 점수가 자신의 실력임을 인정하고 시작하는 것이 필요해요.
적어도 자신 있고 괜찮은 성적이 2과목정도는 있어야 다음 해에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부족한 과목들을 공부해서 올려야하니까요.
그리고 실수나 컨디션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점수가 자신의 지금 실력임을 철저히 깨닫고 분석해야 합니다.
사실 그렇다 해도 쉽지 않은 것이 재수입니다.
재수로 성적이 오르는 퍼센트는 20프로 정도라고 하고 보통은 전 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성적을 받습니다.
아이는 대학을 걸고 하는 반수를 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야 마음에 안심이 될 것 같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결정을 하였습니다. 아이마다 성향은 다르겠지만 막상 수능 때가 되면 대학을 걸지 않고 하는 친구들의 압박과 긴장감이 더 클 수밖에 없긴 하더라고요. 개인마다 차이는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아쉬움이 있긴 하지만 지금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수험생활을 잘 마무리 지은 것에 대해 다행스러워합니다.
오래간만에 마음 편하게 게임도 해보고 늦잠도 자면서 좋아하는 산행도 해봅니다.
반수 하면서 철도 부쩍 들어서 학원조교 지원을 해서 용돈도 벌겠다고 하고 카투샤 지원도 도전해 보겠다고 합니다. 운전면허를 따면 동생들 픽업도 해주겠다고 하는데, 말만 들어도 기분이 좋네요. 아직 등록도 안 한 상태지만요.
지금은 놀면서 정시 지원 전까지 자유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키우는 강아지 선책과 목욕을 시키고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도 하나씩 해보고 있어요.
저는 내년에 둘째가 고3이 됩니다. 입시 변동이 있기 전 마지막 입시여서 다양한 변수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2번 입시를 지켜본 엄마니까 그래도 좀 덜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3 수험생들, n수생들 모두 고생 많았습니다. 대학 입시가 끝이 아니니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고 큰 인생을 놓고 보면 대입은 하나의 과정일 뿐 전부가 아니니까요.
한 번 더 수능을 준비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현재 자신의 성적을 잘 분석하고 전략적으로 도전하길 추천드립니다. 만만치 않지만 한번 더 도전하는 자체가 가치 있는 시간이 되길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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