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이의 말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아이는 말하고, 엄마는 씁니다』에 얽힌 저작권 이야기

by 강진경


나는 아이가 네 살이던 해부터 아이의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의 말이 예뻐서, 보석같이 빛나서, 그 말들을 흘려보내기가 아쉬워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말을 하면 그것을 글로 기록했고, 때로는 녹음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말들을 글로 정리하다보면, 어느새 거기에 내 생각이 더해졌다. 그렇게 아이와의 짧은 대화를 브런치 스토리에 연재하기 시작하였고, 그 연재물이 모여 한 편의 책이 되었다. 그 책이 바로 2022년, 머메이드 출판사에서 펴낸 『아이는 말하고, 엄마는 씁니다』이다.


아이에게 나는 늘 말하곤 했다.
“이 책은 소은이랑 엄마가 같이 쓴 책이야.”
아이의 말에서 내 글이 시작되었고, 아이는 나에게 글감을 던져주는 소중한 뮤즈였다. 책의 표지에는 소은이와 나의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었고, 소은이는 내가 펴낸 여섯 권의 책 중 이 책을 가장 좋아했다. 자신의 얼굴이 실려 있는 책, 그리고 ‘본인이 쓴 책’이라는 사실이 아이에게도 각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런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이 책의 법적인 저자는 누구일까?’

아이의 말에도 저작권이 있을까? 아니면 아이의 말은 단지 영감의 원천일 뿐이고, 그것을 정리하고 글로 구성한 사람은 나이니 저작권도 전적으로 나의 것일까? 저작권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 검색창에 '저작권'이라는 세 글자를 입력해보았다.


‘문학, 예술, 학술에 속하는 창작물에 대해 저작자나 그 권리 승계인이 행사하는 배타적·독점적 권리.’


이것이 사전에 정의된 저작권의 의미였다. 즉, 저작권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해당 표현이 문학성이나 창작성 있는 결과물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말을 내가 단순히 받아 적은 것이라면, 그 말의 표현에 저작성이 인정될 경우 저작권은 ‘아이에게’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반면, 아이의 말을 토대로 내용을 바꾸어 창작을 했다면 이 경우 저작권은 ‘나에게’ 생기게 된다. 그리고 아이의 표현을 인용하거나 중요한 부분으로 사용했다면, 공동저작물로 볼 여지가 생긴다.


결국 『아이는 말하고, 엄마는 씁니다』는 아이와 나의 공동저작물일 가능성이 크다. 아이의 말을 내가 재구성한 부분도 있지만, 그 말을 그대로 인용한 부분 역시 책에 상당히 많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는 저작권의 경계를 명확히 나누기가 어렵다. 어디까지가 아이의 창작이고 어디부터가 나의 창작인지, 한 권의 책 안에 그 경계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바로, 아이의 말에도 저작권이 존재한다는 것. 이 사실을 깨닫고 나니, 먼 훗날 소은이가 어른이 되어 나에게 저작권을 따지면 어쩌나 하는 묘한 마음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책의 표지에 소은이의 이름을 함께 올리지 못한 것이 새삼 미안하고 아쉬웠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그리고 설령 내 딸이라 하더라도, 창작에 기여한 ‘꼬마 작가’에게는 정당한 저작권을 인정했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미 세상에 나온 이 에세이 외에도, 소은이와 내가 함께 창작한 동화들이 몇 편 더 있다. 아이가 이야기를 들려주면, 나는 그것을 글로 받아 적어 완성한 작품들이다. 가끔 소은이는 그 원고들을 소리 내어 읽어달라고 졸라댄다. 그리고는 묻는다.


“엄마, 이건 언제 책으로 나와? 언제까지 컴퓨터 안에만 넣어둘 거야?”


그럴 때마다 웃으며 엄마가 미안하다고, 조만간 꼭 책으로 내주겠다 대답해주곤 했지만, 이제는 아이에게 이렇게 대답해주고 싶다.


“소은아, 이번엔 꼭 표지에 소은이 이름도 함께 넣자. 이 이야기는 소은이와 엄마가 함께 쓴 것이니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