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기적임을.
엊그제 교통사고가 났어요. 학교에서 퇴근하던 길.
큰 도로에 합류하기 위해 깜빡이를 켜고 기다리고 있는데 뒤 차가 전속력으로 달려와 제 차를 그대로 들이받았어요. 얼마나 세게 달렸는지 범퍼 하단 커버는 날아가고 트렁크가 박살이 났죠.
15년 동안 학교를 출퇴근하며 지금이 세 번째 사고인데
아마 이번이 가장 크게 사고가 난 게 아닐까 싶어요. 사고 직후 손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는데 사고를 낸 가해자는 자기가 지금 바쁘다며 제게 연락처만 주고 보험 접수도 하지 않고 가려고 했어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보험 접수 하시라고 강하게 요청을 하자, 가해자는 마지못해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고, 직원이 오기도 전에 자리를 떠났어요.
도로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는데 도로 위는 한낮의 태양으로 타는 듯이 뜨겁고, 뒷목은 너무 아프고, 차는 부서져서 부품은 나뒹굴고..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누구라도 옆에 있었다면 좀 나았을까요?
머리가 꼭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뿌예져서,
브레인 포그라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는데
어쩌겠어요. 정신을 차려야 하니.
바로 생각의 전환 스위치를 누르고, 감사 기도를 했어요.
이만하길 다행이다.
감사해요 하느님.
차는 부서졌지만 저는 무사하고,
사고가 났지만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음에 감사해요.
눈 깜짝할 사이에 이 세상에서 사라질 뻔했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들을 다시 볼 수 있음에.
진심으로 감사해요.
그러자 기적같이 마음이 진정되고,
결국 제 손으로 운전을 해서 집까지 무사히 올 수 있었답니다.
우리는 모두 한 치 앞도 모르는 인생을 살아가고 있지요.
사고 덕분에 저는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 자체가 기적이란 걸,
살아있음이 다 기적이란 걸 깨닫게 되었어요.
이틀 동안 목 보호대로 버티며 출근을 하고,
오늘 금요일 오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병원에 입원을 했어요.
뒷목과 어깨가 너무 아팠는데 추나 치료와 침 치료를 하고, 병원 내 마련된 찜질방에서 몸을 따뜻하게 하니, 한결 많이 좋아졌어요!
2박 3일 동안 푹 쉬고 집으로 갈게요.
뜻하지 않게 자유부인이 되어
조금 설레기도 하는 건 소은이에게 비밀!
모두 건강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