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비자는 한 나라 사람으로 날 때부터 말더듬이었다. 그의 뛰어난 재주는 만천하가 인정하여 진시황에게 발탁되었으나, 진시황이 한비자에게 국정의 전담시킬 것을 두려워한 이사가 한비자를 살해했다.
하지만, 그의 책들은 시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으며, 2000년이 훨씬 지난, 근래에 와서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비자의 말들 중 몇 가지를 골라 소개해 본다.
☞ 상대를 설득하는 어려움은 내 지식이 불충분해서 어려운 것이 아니며, 내 변설이 서툴러 의견을 밝히기 어려운 것도 아니며, 내 용기가 부족하여 감히 못하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상대의 심정을 파악해 내 주장을 거기에 적중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 높은 명성을 얻고자 하는 상대방에게 큰 이익을 얻도록 설득했다가는 절조와 지식이 낮고 천박한 인물로 취급되기 십상이다.
반대로 큰 이익을 탐하는 자에게 명성을 높이도록 설득했다가 세상 물정에 어둔 자라며 멀어질 것이다.
속으로는 후한 이득을 얻고자 바라면서도, 겉으로는 높은 명성을 원하는 척하는 자에게, 높은 명성을 설득하면 받아들이는 척하면서도 실제로는 멀리하며, 큰 이익을 얻도록 설득하면 가만히 그 내용을 속으로만 챙긴 뒤 그 사람을 버린다.
☞ 무릇 만사는 은밀히 진행함으로써 성취되고 말이 새어 나감으로써 실패한다. 설사 유세자가 상대방의 비밀을 들출 의도가 전혀 없으면서도 부지중에 상대의 비밀을 언급하면 유세자의 신상은 위태롭다.
상대자 과실의 단서가 엿보일 때 유세자가 주저 없이 들추어내면, 비록 그 논의가 정당하더라도 역시 본인 자신의 신상은 위태롭다.
☞ 아직 충분히 신임을 받지 못하고 혜택을 입을 경우도 아니면서, 온갖 지식과 지혜를 기울여 설득하면, 설사 상대가 그 설을 실행하여 공이 있었다 할지 언정 그는 덕을 입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말을 실행하지 않아 실패했을 경우에는 오히려 상대는 유세자의 말을 채택하지 않아 그가 방해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받게 되는데 이런 경우에도 자신의 신상은 위험하다.
☞ 어떤 기획안을 제출한 귀인이 자기의 공적을 독점하려 하고 있는데, 유세자가 그것을 먼저 인지하여 관계하게 되면 신상에 해롭고, 상대가 겉으로는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 실은 다른 일을 계획하고 있을 때, 유세자가 그런 사정을 알고 있어도 신상이 좋지 않고, 귀인이 이것만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유세자가 실행을 강요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그만두고 싶지 않은 일을 억지로 그만두게 하면 역시 유세자의 신상은 위태롭다.
☞ 군주를 상대로 명군 현주를 논하면 자기를 헐뜯는다는 오해를 받게 되며, 우자에 관해 논하면 남을 헐뜯음으로써 자기의 장점을 돋보이게 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는다.
군주가 총애하는 자를 칭찬하면 아부한다는 오해를 받고, 미워하는 자를 헐뜯으면 얼마나 미워하는가를 시험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는다.
☞ 말을 간결하게 하면 무지하다고 무시하고, 광범위하게 예증을 많이 들면, 그 장관설에 싫증을 낸다.
사실에 입각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말하면, 자기의 논설을 피력하지 못하는 소심한 비겁자라 오해받고, 대담하고 거침없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예의도 모르는 거만하고 무식한 놈으로 취급받는다.
☞ 무릇 유세의 요령은 군주의 장점을 칭송하고 그 단점을 건드리지 않는다. 군주가 자신의 계획이 지혜롭다고 여기고 있을 때 구태여 그 결점을 지적해 궁지로 몰지 말아야 한다.
군주가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구태여 반대 의견으로 화나게 해서는 안된다.
군주가 자신이 실력이 위대하다고 믿고 있을 때 구태여 군주의 미력함과 곤란한 점을 들추지 않는다.
☞ 군주가 어떤 계획을 자지고 있을 때 다른 일로 같은 계획안을 자지고 있는 자를 칭송하고, 군주와 같은 실패를 한 사람이 있으면 그것은 실패도 아무것도 아니라며 뚜렷이 감춰준다.
군주의 뜻한 바를 거역하지 말며 군주의 말을 공격하거나 배척하지 않고 비위를 잘 맞춰 두면 훗날 자신의 의도를 이룰 수 있다.
☞ 군주의 사랑을 받으면 그 지혜가 군주의 마음에 들 것이고, 미움을 받으면 죄를 얻어 더욱 멀어진다. 그러므로 간언하고 유세하려는 자는 군주가 자기를 사랑하는가 미워하는가를 잘 살핀 후에 해야 한다.
위나라 군주 영공이 총애하던 미소년이, 모친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는 군주의 수레를 몰래 끌고 나갔다. 군주의 수레를 탄 자는 발꿈치를 자르는 형벌을 받도록 되어 있었지만, 형벌을 감수하면서까지 효성을 다했다 하여 군주의 칭찬을 받았다.
하루는 과수원에서 먹다 만 복숭아를 군주에게 올리자 “나를 사랑하여 제 입맛을 참고 나에게 주는구나” 하며 더욱 사랑했다.
세월이 흘러 군주의 총애를 잃었을 때, 아주 사소한 죄를 지었지만 “ 그놈이 일찍이 나를 속여 수레를 탔고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먹인 놈” 이라며 죄를 한꺼번에 몰아 참형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