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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태자 희단과 형가

by 산내

연나라 태자 희단이 진시왕을 원망하여 그에게 보복하고자 할 때 진나라 장군 번어기가 죄를 지어서 연으로 도망하니 태자는 그를 받아들여서 거처하게 하였다.

재상인 국무가 간하였다.

"무릇 진왕의 포학함으로 충분히 미움을 받고 있는데, 번 장군을 받아들이면 이는 고기를 굶은 호랑이가 가는 길에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바라건대 태자께서 빨리 번 장군을 보내 흉노로 들어가게 하십시오."

하지만 태자는 듣지 아니하였다.



태자가 위인 형가가 똑똑하다는 말을 듣고 겸손한 말과 많은 예물을 보내면서 그에게 만나 형가에게 말하였다.

"저 희단의 계책은 천하에서도 뛰어나고 용감한 무사를 얻어서 진에 사자로 보내어 진왕을 위협하여 그로 하여금 침략한 땅을 제후들에게 돌려주게 하고자 하며, 만약 진왕이 안된다고 하면 이를 그를 찔러 죽이는 것입니다.


형가가 이를 허락하였다.

이에 형가를 상사에 머물게 하고 태자는 매일 그 문하를 방문하였는데, 형가를 봉양하기 위하여 갖다 주지 않는 것이 없었다.

진나라 장군 왕전이 조를 멸망시키자, 태자가 이 소식을 듣고 두려워하여 형가를 진나라로 가게 했다.

형가가 말하였다.

"이제 간다 하여도 진나라에서 믿지 않는다면 대업을 이루기가 어렵습니다.
진실로 번 장군의 머리와 연의 독항의 지도를 가지고 진왕에게 바친다면 진왕은 반드시 기쁘게 신을 만날 것이고, 신은 이에 보답하겠습니다."


태자가 말하였다.

"번 장군은 곤궁하여 나 희단에게 와서 귀부 하였는데, 나 희단은 차마 못하겠소."

그러자 형가는 번어기를 직접 찾아가 말하였다.

"바라건대 장군의 수급을 얻어서 진왕에게 바치면 진왕은 반드시 기뻐하여 신을 만나볼 것인데, 신은 왼손으로 그 소매를 잡고 오른손으로 그 가슴을 찌른다면 장군의 원수를 보복하고, 연이 모욕을 당한 수치는 없어질 것입니다."

번어기가 말하였다.

"이는 신이 밤낮으로 이를 갈고 마음을 썩인 것이오."

드디어 스스로 목매어 죽었다.

태자가 이 소식을 듣고 달려가서 엎드려 곡하였는데, 그러나 이미 어찌할 수가 없었고, 드디어 그 수급을 함에 넣었다.

태자는 미리 천하의 예리한 비수를 구하고 공인으로 하여금 이에 독약을 바르게 하여 다른 사람에게 시험을 해보니 피가 실만큼만 나왔는데도 사람이 즉각 죽지 않는 일이 없었다. 마침내 형가를 파견하여 진에 들어가게 하였다.


형가가 함양에 도착하여 왕이 총애하는 신하 몽가에게 뇌물을 주고 알현하기를 요구하니, 왕이 그를 만났다.

형가가 지도를 받들고서 왕에게 나아가는데, 지도의 끝으로 비수가 보이니, 이 때문에 왕의 소매를 잡고 그를 찔렀지만 아직 몸에 닿기 전에 왕이 놀라서 일어나니 소매만 잘렸다.

형가는 왕을 쫓았고, 왕은 기둥을 돌면서 달아났다. 여러 신하들이 모두 놀랐는데, 갑자기 뜻하지 않은 일이 일어나자 모두 그 절도를 잃었다.
그러나 진의 법에는 여러 신하들로 전각에 올라 왕을 시종 하는 사람은 한 자나 한치 되는 무기라도 가질 수가 없게 되어 있어서 좌우 사람들이 손으로 함께 그를 잡으려고 하며 또 말하였다.


"왕께서는 칼을 지고 있습니다.
진시왕은 지고 있던 칼을 뽑아 형가를 쳐서 그의 왼쪽 팔을 잘랐다.

형가는 쓰러지면서 비수를 끌어당겨 왕에게 던지니 구리 기둥에 맞았다.
스스로 일이 성취될 수 없음을 알고, 욕을 하면서 말하였다.


"일이 완성되지 못한 까닭은 살려서 이를 협박하여 반드시 땅을 돌려준다는 약속하는 계약서를 얻어내 가지고 태자에게 보답하려 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형가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서 저자에 돌려졌고 진을 이를 핑계로 연나라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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