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나라 공신들의 엇갈린 최후
월왕 구천이 '와신상담'이라는 고사를 남기며 오나라 부차에게 복수를 한 후 일등공신이었던 범려와 문종은 엇갈린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먼저 범려는 어떻게 되었을까?
싸움이 끝나자 그는 공을 버리고 사퇴를 청했다.
"왕께서는 노력하소서. 신은 이제 다시 월나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옵니다."
"과인은 그대가 무슨 말씀을 하는지 모르겠소."
"신은 이렇게 들었습니다. '남의 신하 된 사람은 군주가 걱정하면 그보다 노심초사하고 군주가 욕을 당하면 죽음으로 갚는다'라고요.
예전에 군왕께서 회계에서 치욕을 당했을 때 신이 차마 죽지 않은 것은 오늘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일이 이루어졌으니 군주에게 치욕을 당하게 한 죄를 받고자 합니다."
구천이 말렸다.
"누구라도 그대의 허물을 덮지 않고 그대의 미덕을 칭찬하지 않는 자는 과인이 월나라 땅에서 명을 마치지 못하게 할 것이오.
그대는 내 말을 들으시오. 내가 나라를 나누어 그대에게 드릴 테니 그대는 함께 돌아갑시다.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대는 물론 처자까지 죽이겠소."
"신은 군주의 명을 잘 들었사옵니다.
군주께서는 그리 하셔도 되옵니다. 저는 제 뜻대로 하겠습니다."
구천은 범려의 뜻을 도저히 꺾을 수 없었다.
범려는 바로 오호에 작은 배를 띄웠는데, 그 후로 아무도 그의 종적을 모르게 되었다고 한다.
범려는 이렇게 떠났다.
그럼 문종은 어떻게 되었을까?
월나라 땅을 떠난 범려는 문종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새를 잡으면 활을 거두고 교활한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를 삶는 법입니다.
구천은 목이 길고 입이 새 부리처럼 튀어나왔으니 같이 환난을 견딜 수는 있으나 함께 즐거움을 누릴 수는 없는 사람입니다.
그대는 어찌 떠나지 않습니까?
편지를 본 문종이 병을 핑계 대고 조정에 나가지 않자 어떤 사람이 구천에게 문종이 난리를 일으키려 한다고 참소했다.
그러자 구천은 문종에게 칼 한 자루를 내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나에게 오나라를 칠 일곱 가지 방법을 알려주었소. 나는 그중 세 가지를 써서 오나라를 복종시켰으니 나머지 네 가지는 그대에게 있소이다.
그대는 성을 따라가서 그 방법을 시험해 보오.”
죽어서 나에게 한번 써보라는 이야기였다.
문종은 이렇게 허무하게 죽었다.
범려는 살았고 문종은 죽었다.
함께 고향을 떠나 공을 이루었지만, 한 명은 떠나서 살고 한 명은 남아서 죽었다. 범려는 지혜롭고 문종은 아둔한가?
구천은 뛰어난 군주였다.
하지만 그는 생존의 법칙을 알았지만 공존의 법칙은 몰랐다.
그는 공신과 같이 가지 못했기에 그의 후손들이 신하들에게 줄줄이 죽었다.
승리를 지키려면 공존의 기술을 이해하고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