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지방의 악습을 없앤 서문표

by 산내

위 문후는 유독 지방 단위의 정치를 중시했다.

문후가 서문표를 임지로 보내자 서문표가 업의 현령이 되어 임지로 가면서 문후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서문표가 물었다.

"어찌하면 공을 이루고 이름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문후는 자기가 하는 행동을 그대로 알려주었다.

공손히 어른들에게 물어보고 인재들을 찾아 섬기라는 것이었다.

문후는 겉으로는 부드럽지만 사람을 꿰뚫어 보는 눈은 정확했다.
서문표는 이 말을 가슴에 품고 임지 업으로 떠났다.

먼저 항읍 어른들의 말씀을 들어보라는 문후의 명을 마음에 두고 업에 도착하자 장로들을 모아 놓고 백성들이 제일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장로들이 대답했다.
"하백(황하의 신)이 장가가는 일 때문에 괴롭고, 또 이 때문에 가난합니다."

왜 그런지 물어보니 대답은 이러했다.


"우리 업의 삼로와 현지의 속리들이 해마다 백성들에게 부렴으로 거둬들이는 것이 수십 만인데, 그중 이삼십만을 하백을 장가보내는 데 쓰고 남은 돈은 무당들과 나눠서 자기들이 챙깁니다.

그때가 되면 무당이 여염집을 돌며 좋은 처녀를 찾고는 '하백에게 시집을 보낼 만하다' 하며 데려갑니다.

처녀를 씻겨서는 비단옷을 입히고 쉬게 하며 재계합니다.
처녀가 머물 곳을 물가에 만들어 놓고는 비단 장막을 치고 쇠고기와 술로 대접합니다.
열흘 남짓 지나면 화장을 시키고 꾸며서 시집보낼 때처럼 침상과 자리를 만들어 그 위에 처녀를 앉히고는 물에 떠내려 보냅니다.

처음에는 떠내려가지만 수십 리를 가다 보면 가라앉습니다.
그래서 예쁜 딸자식을 가진 집에서는 우두머리 무당이 자식을 하백에게 시집보내려고 데려갈까 두려워 여식을 데리고 도망치는 집이 많습니다.
그러니 갈수록 성 안이 비고 사람이 줄어들어 무인지경이 된 데다 남은 이들은 더욱 가난해지는데, 이런 지 오래되었습니다.
사람들이 하는 말에, '하백을 장가보내주지 않으면, 물이 덮쳐와 사람들을 빠뜨려 죽인다'고 합니다.”


서문표가 이 소리를 듣고 말했다.

"하백에게 아내를 보내주는 날, 삼로와 무당, 부로들이 처녀를 물 위로 떠내려 보낼 때 저에게 와서 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본관도 함께 가서 그 여식을 전송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오고 서문표가 물가에 나가 자리를 잡았더니, 삼로, 관속, 호족과 장로들에다 마을의 부로들이 다 모였고, 보통 백성으로 이 광경을 보러 온 이도 2~3,000명이었다.
우두머리 무당은 이미 칠십을 넘긴 늙은 여자였는데, 여제자 열 명 정도가 비단 홑옷을 걸치고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서문표가 나가서 말했다.

'하백에게 시집갈 여식을 나오라고 하시오. 용모가 괜찮은지 살피겠소."

그러자 즉시 장막 안으로 들어가 서문표 앞으로 처녀를 데리고 나왔다.

서문표가 물끄러미 보더니 삼로, 무당, 부로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 여식은 예쁘지 않구려. 번거롭더라도 대무가 물에 들어가 하백에게 '더 예쁜 처녀를 구해 다른 날 보내드리겠다'고 하시오."

그러고는 바로 이졸들을 시켜 무당 할멈을 번쩍 안아서 황하로 던져 넣어버렸다.

좌중은 아연실색했다.
그리고 시간이 한참 지나자 말했다.

"무당 할멈은 왜 이리 늦는가? 제자가 들어가 재촉하라."


그러고는 다시 제자 하나를 잡아 강물에 던져 넣었다.

제자도 물에 빠져 돌아오지 않자 얼마간 기다리다 또 역정을 냈다.

"이 자는 또 왜 이리 꾸물거리는가? 다시 한 사람을 보내 재촉하라!"

이렇게 그를 던져 넣고, 다시 세 명째 던져 넣은 후 서문표가 좌중을 돌아보며 말했다.

"무당 할멈과 제자들은 여자라서 사정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것 같소, 번거롭더라도 삼로가 들어가 잘 설명해 주시오."

그러고는 삼로를 강에 던졌다.


서문표는 관에다 붓을 꽂고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황하를 바라보며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장로, 관속, 그 옆에서 보는 이들이 모두 벌벌 떨었다.

그때 서문표가 입을 열었다.


"무당 할멈에 삼로까지 안 돌아오니 이를 어찌하오?"

이렇게 말하고는 속리와 호족 한 사람이 다시 물에 들어가 재촉하라고 시키니, 이들이 머리를 땅에 찧어 깨어지고 이마에서 흐른 피가 땅을 적시는데, 안색이 사색이 되어 잿빛이었다.

그러자 서문표가 말했다.

"좋소. 좀 더 기다려봅시다."

그리고 조금 더 기다리더니 말했다.

"속리들은 일어나라. 하백이 손님들을 오래 머물게 하는구나.
너희들은 모두 파하고 돌아가라."
이 일로 업의 관리와 백성들이 크게 떨었는데, 그 후로는 하백에게 처녀를 시집보낸다는 소리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산내로고.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자치통감>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