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장의 국제적인 사기꾼이 되다

by 산내

이 사기 사건의 주인공은 진을 위해 연횡론을 펼친 장의다.
기원전 313년, 진은 조를 쳐서 크게 이겨 인읍을 얻었다.

그리고 그 해 장의가 초로 갔다.
장의는 무슨 까닭으로 초로 간 것일까?

그는 합종의 흔적을 지울 임무를 가지고 그곳으로 간 것이다.

이번에 그가 노리는 것은 제와 초의 연합이다.

진혜왕은 이렇게 걱정했다.

"나는 제를 벌하고 싶은데, 제와 초가 서로 사이가 좋소.
그대는 과인을 위해 꾀를 내어 보시오. 어찌하면 좋소?"

장의가 선뜻 대답했다.

"왕께서 신에게 수레와 돈을 준비해 주시지요.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리하여 장의는 초나라로 떠나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일까?


장의는 거물이다.
초회왕은 그를 위해 극진한 대접을 준비하고 있었다.
초회왕을 만난 장의는 이렇게 말을 꺼낸다.

"진의 왕이 심히 따르고자 하는 이로 대왕보다 더한 분은 없습니다.
또한 저 장의가 심히 섬기고자 하는 이로 대왕만 한 분이 없습니다.
또한 진의 왕이 가장 미워하는 이로 제왕 같은 이가 없으며, 저 장의가 미워하는 이로도 제왕이 첫 번째입니다.
대왕께서 진실로 제와의 관계를 끊어주신다면 신은 진왕에 청하여 상과 오의 땅 6백 리를 대왕께 바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무슨 횡재인가?

무려 6백 리의 땅을 얻는다고? 상과 오 땅을 얻으면 한중의 걱정은 없어진다.
이에 초왕은 크게 기뻐하며 조정에 선언했다.

"내가 상오의 밭 사방 6백 리를 얻었다."

이리하여 초는 제에 절교 사절을 보냈고, 그 사절이 돌아오기도 전에 또 사절을 보내 땅을 얻겠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장의는 이런 약속을 하고 진으로 돌아갔다.

진은 장의가 돌아오자 제에 사절을 보내 몰래 연합하여 초를 고립시키고자 했다.
제는 초의 행보가 괘씸하던 차에 이 제의를 받아들였다.

초는 땅을 받고자 안달인데 장의는 진으로 돌아가자 병을 핑계로 두문불출이었다.
초 회왕이 사람을 보냈으나 만날 수가 없었다.
어리석게도 회왕은 이렇게 생각했다.

"장의는 과인이 아직 제와 절교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리하여 송나라 땅을 통해 용사들을 보내 제에 군사적인 도발까지 했다.

제 선왕이 화가 나서 초와 완전히 단교하기로 한 것은 불문가지다.
장의는 초와 제가 완전히 절교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슬그머니 병석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초의 사자를 만나고는 지도를 펼치고는 이렇게 말했다.

"여기서 여기까지 가로세로 6리입니다."

사자는 깜짝 놀랐다.

"신은 6백 리라 들었지 6리라고는 못 들었습니다."

장의가 정색했다.

"저 장의는 진실로 소인에 불과합니다.
제가 무슨 수로 6백 리를 얻어드릴 수 있겠습니까?"

완전한 사기였다.

초의 사자는 어쩔 수 없이 더 이상 요청하지 못하고 돌아가서 사정을 보고했다.
초 회왕은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진과 전면전을 선언하여 진과 싸웠지만 본토가 진의 동맹국들에게 위협당하니 더 이상 싸울 겨를이 없었다.

이렇게 하여 욕심 많은 초 회왕은 장의의 술수에 놀아나 춘추 이래 시종일관 강대했던 초나라를 스스로 꺾은 왕이 되었다.

산내로고.pn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제나라 추기의 현명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