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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군과 숨은 송곳 모수

by 산내

기원전 259년 9월, 진은 군대를 내어 오대부 왕릉을 시켜 조의 한단을 공격했다. 한단, 무수한 시련을 견뎌낸 이 도시는 다시 포위되었다.

그러나 한단은 쉽사리 넘어가지 않았다.
원한에 찬 사람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젠가 한단은 넘어갈 것이다.

진은 상당에서 안전하게 양식을 공급받고 있었고, 조를 도와야 할 위는 겁을 먹어서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

난세가 아니면 영웅이 등장할 수 없다.

평원군 조승은 안으로 왕을 보좌해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구원군을 찾아 남쪽으로 떠난다. 위는 겁을 먹고 있으니 이제 희망은 초였다.


평원군은 초로 떠날 때 식객문하인 중용력과 문무를 지닌 인사 20인을 추려 함께 가기로 하고 왕에게 말했다.

"문사로 승복시키면 좋을 것이나 말로 안 된다면 전당 아래서 삽혈하여 반드시 합종을 결정한 후에 돌아오겠습니다.
같이 갈 선비는 밖에서 구할 필요 없이 식객문하인들 중에 취하면 족합니다."


이리하여 19인을 얻었지만 더 이상 취할 이가 없어 20인을 채울 수 없었다.
그때 문하인 중 모수라는 이가 앞으로 나와 스스로를 천거하며 말했다.

"저 수는 군께서 장차 초와 합종하려 하시며 식객 문하인 스무 명과 함께 가기로 하고 문하에서만 사람을 뽑기로 했다 들었습니다.
지금 한 사람이 부족하니 저로 채워 함께 가시기를 원하옵니다.”

이 장면에서 스스로를 천거한다는 '모수자천’'이라는 성어가 나왔다.


"지금까지 선생께서 저승의 문하에 계신 지 몇 년인지요?"

"3년 되었습니다."

"무릇 현사가 세상에 있음은 비유하자면 송곳이 주머니 안에 있는 것과 같아 그 끄트머리는 바로 드러납니다.
지금 선생께서 승의 문하에 3년 있으면서 좌우에 아직 칭송하는 이가 없고, 승도 들은 바가 없으니 선생은 재능이 없는 것입니다.
선생은 안 되겠으니 남으십시오"


"신은 바로 오늘 주머니 안에 들고자 합니다.
저를 주머니 안에 넣어주시면 날이 주머니 밖으로 빠져나올 것이니 드러난다 뿐이겠습니까."

평원군은 속는 셈 치고 모수를 함께 데려갔다.

나머지 19인은 서로 눈으로 비웃었으나 발설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초나라에 도달할 때까지 모수가 그 19인과 논쟁을 벌이는데 그들이 모두 탄복했다고 한다.


평원군이 초에 도착해 합종을 논하면서 그 이익과 손해를 해가 중천에 이를 때까지 말했지만 아직 합종이 결정되지 않았다.

그때 19인이 모수에게 “선생께서 올라가시오"라고 청하자 모수는 칼을 잡은 채 계단을 넘어 당위로 올라가며 평원군을 향해 말했다.

"합의 이해는 두 마디면 결판나는 것인데, 해 뜬 후 말을 시작해서 중천에 이르기까지 결판을 내지 못하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초 고열왕이 평원군에게 물었다.

"저 객은 뭐 하는 사람이오?"

"승의 사인입니다."

초왕이 모수를 꾸짖었다.

"내려가지 못하겠는가! 나는 자네의 주군과 말을 하는 중인데, 뭐 하는 짓인가?"


모수는 물러나는 대신 오히려 검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왕께서 저를 꾸짖음은 초나라 사람의 수가 많음을 믿기 때문이겠지요.
허나 지금 열 발짝 안에서 왕께서는 초나라 군중에 의지할 수 없으니, 왕의 명은 저 수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저의 주군 면전에서 어찌 저를 꾸짖으십니까?
지금 초는 땅이 사방 5,000리에 극을 잡은 병사가 100만 명이니 이는 패왕의 자산으로써, 초나라의 강력함이면 천하에 당할 자가 없습니다.
백기 그 꼬마에 불과한 녀석이 수만 명의 무리로 군대를 일으켜 초와 싸우니 한 번 싸움에 언과 영을 들어내고 두 번 싸움에 이름을 불태웠으며 세 번 싸워 왕의 선대를 욕보였습니다.
이는 백세의 포한으로 우리 조나라도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바인데 왕께서는 부끄러워하지 않으시는군요.
합종은 초를 위한 것이지 우리 조를 위한 것이 아닙니다.
저의 주군의 면전에서 어찌 저를 꾸짖으십니까?"

이는 무례한 정도가 아니라 완연한 위협이었다.
하지만 목숨이 달려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실로 선생의 말씀을 받아들이오. 삼가 사직을 받들어 합종을 하리다.”

"이에 합종은 정해진 것이겠지요?"

"정해졌소."


모수는 초왕의 좌우에게 말했다.

“닭, 개, 말의 피를 가져오시지요."

모수는 구리 쟁반을 받들고 무릎걸음으로 초왕 앞으로 나아가 말했다.

"왕께서는 응당 먼저 삽혈을 하시고 합종을 결정하시고, 그다음은 저의 주군이며, 다음은 저수입니다."

드디어 전위에서 조와 초가 합종을 맺었다.

평원군은 합종을 성사시키고 조나라로 돌아와 말했다.

"나승은 앞으로 감히 선비들의 상을 보지 않겠다.
내가 상을 본 이는 많으면 천 명이요 적어도 수백 명인데, 스스로 천하의 선비를 놓치지 않았다고 여겼소.
그러나 지금 모 선생을 놓쳤구려.

모 선생은 세치 혀만 가졌으나 백만 군대보다 강하였소.
승은 감히 다시 선비의 상을 보지 않겠소."
이리하여 모수를 상객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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