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것이라면 무엇일까. 나는 소지품을 좋아한다. 아주 어릴적부터 자연스럽게 물건에 애정을 담았다. 작은 돌멩이부터 시작해서 조개껍데기, 나뭇잎, 꽃가지부터 필통, 가방, 신발,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많은 물건들이 나를 스쳐갔다. 스쳐간다면 진짜 내 것이라고 하기는 좀 애매하다.
나는 물건에 대한 애착은 있지만 집착은 없는 편이다. 누가 내 물건을 마음에 든다고 하면 쉽게 주어버리곤 했다. 주고나면 허전해지는지 새로운 것으로 빈자리를 채운다. 까마귀도 아니면서 빛나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한다. 값어치는 내가 부여하게 마련이라 꼭 값비싼 것이 아니어도 좋았다.
그렇게 살다 정말 갖고 싶다는 마음을 실감하게 한 건 남편이었다. 그 시점은 결혼하고 나서 2년쯤 지난 후였다. 어이없게도 그 때가 되어서야 나는 남편을 내 걸로 만들고 싶었다.
사람을 소유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쉽게 놓아버리곤 했다. 내 마음이 변할 때도 있었고 상대의 마음이 변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로 여겼다. 마음이 쓰리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결국엔 작별을 받아들인다는 체념의 정서가 내 밑바닥에 흐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나와 결혼을 한 사람이지 않은가. 마음이 변할지언정 서류에 사인을 하지 않는 한 계속 내 사람인 것이다.
결혼 생활의 초반부에는 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고 당혹스럽기도 했다. 갈등이 생기거나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느꼈을 때 쉽게 작별을 고하던 연인들과의 관계와는 달랐기 때문이다. 계속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타협안을 만들어 갈등을 해결해야 했다. 쉽사리 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이 이제는 도리어 안정감으로 다가온다. 어떤 변화가 온다 할지라도 외적으로 그가 내 남편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내적으로는 어떨까. 마음까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안달이 난 적이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게 버거울 때면 마땅히 나를 도와야 할 남편이 내 수족이 되어주지 않는 점에 분개하기도 했다. 이 사람을 마치 식재료처럼 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는 식재료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가진 별개의 인격체이다. 내 멋대로 하기보다는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내 뜻대로 할 수 없을지언정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그는 나에게 속해 있다. 누가 크게 탐을 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어떤 사람이, 어떤 존재가 전적으로 나에게 속해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가끔은 내가 그를 책임지고 나도 거리낌 없이 그를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는 건 신기하다.
혼자서 추는 춤도 충분히 즐겁지만 나는 둘이서 리듬을 맞추어가며 함께 추는 춤 쪽을 선호한다. 다정한 시선으로 마주보기도 하고 또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가능한 한 계속 함께 하고 싶다. 언젠가 서로 장례를 치러 줄 때까지. 결국 한 사람이 홀로 남을지라도 함께 한 기억은 사라지지 않은 채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남은 생에 힘이 될 것이다. 그 기억들은 진짜 내 거, 나만의 것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