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몇 월이야?

by 설 jade

"지금이 몇 월이야?"

"8월이지."

"그럼 여름이네."

"응, 한여름이야."

"그런데 왜 이렇게 추워 보여?"


쓸쓸한데, 추운데 이게 에어컨 바람 때문은 아닌 거지. 내 마음에서 불어오는 바람 때문인 거야.


밖에서는 매미가 운다. 시끄럽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나에게는 잘 들리지 않는다. 귀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여름 소리들이 내게 도달하지 않을 뿐이다.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신다. 얼음이 녹아가는 소리. 차가운 컵. 하지만 그 차가움이 나를 시원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내가 이미 더 차갑기 때문이다. 기이하다. 이렇게 무뎌져 가는 것이.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더워한다. 부채질을 하고 그늘을 찾는다. 나도 똑같은 옷차림인데 열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피부까지만 닿을 뿐이다. 그들과 나 사이의 거리가 보인다. 선명하게, 냉정하게.

지하철에서 옆 사람이 "정말 덥네요"라고 중얼거린다. 고개를 끄덕인다. 거짓말은 아니다. 날씨는 분명 덥다. 다만 내가 그 더위 안에 살고 있지 않을 뿐이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다른 계절에 사는 것. 이보다 공허한 외로움이 있을까.

집에 돌아와서도 기온은 내려가지 않는다. 열대야다. 창문을 열어봐도 뜨거운 공기만 들어온다. 그런데도 이불을 덮고 잔다. 8월에 이불을 덮는 사람이 또 있을까. 내 몸이 나를 배신하고 있다. 조용히, 꾸준히.

친구가 휴가 이야기를 한다. 바다로 간다고, 계곡으로 간다고. 시원한 곳을 찾아다니겠다고 한다. 나는 별로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어디를 가든 내 안의 온도는 같을 것 같다. 친구는 모른다. 내가 이미 어떤 곳에도 닿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슈퍼에서 수박을 산다. 빨간 속살이 달다. 물기도 많다. 여름 과일이라고 하는 것의 의미를 모르겠다. 그냥 달고 물기 많은 과일일 뿐이다. 계절의 맛을 잃어버렸다. 이것도 서글프다.

밤이 되어도 여전히 덥다. 사람들이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신다. 웃음소리가 들린다. 여름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나는 에어컨을 틀고 긴팔을 꺼내 입는다. 모든 게 어긋나 있다. 완벽하게.

달력을 본다. 8월 중순. 아직 한참이나 남았다. 가을까지는 더더욱 멀다. 내 안의 계절은 이미 바뀌었는데 바깥 계절은 아직 한여름이다. 시간이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무심하게.

여름이 이렇게 긴 계절이었나. 남은 날들이 더 길게 느껴진다. 견뎌야 할 시간들이 막막하다.


"언제까지 이럴 거야?"

"모르겠어.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