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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니멀리스트

2024년의 기억 3

by 카타

뜬금없이 낡은 식탁이 눈에 들어왔다. 이사를 가게 되면 가구와 가전을 바꾸리라 했지만 이사도 가지 않았고 새 물건을 들이자니 마음이 번거로웠다. 소비로 기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에 마음을 두는 사람이다. 소비를 줄이고 자원을 아끼고 환경도 보호한다는 제법 그럴듯한 이유들을 덧붙이지만 솔직히 말하면 귀차니즘 탓일 수도 있다. 대의를 위해 오래 사용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오래 사용하다 보니 그럴듯한 이유를 붙일 수 있어서.




어쨌든 이사는 가지 않았고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했던 모든 가구들이 제 몸값과 나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좋은 목재로 만든 가구는 연식이 오래될수록 빛이 나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자아내지만 우리 집의 모든 가구들은 오로지 기능에만 충실한 녀석들이다.


작년 한 해 동안 낡은 식탁 위에는 식탁매트를 깔아 갈라진 틈을 가려주었고, 사용하지 않는 가스레인지 위에는 미뤄두었던 덮개를 구매해서 작업공간을 넓혔다. 시트지가 벗겨진 책상 서랍은 비슷한 시트지를 구매해서 임시방편으로 리폼을 해주었다. 별 것 아니지만 미루어 두었던 낡은 모습을 가려주고 고쳐주는 것만으로도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별것 아닐 수 있지만 작은 성취감이 느껴졌달까. "이참에 이사를 가더라도 이것저것 리폼을 해서 재사용하면 괜찮겠는데?" 하는 이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그때 가서 또 마음이 바뀔지 모르겠지만.


세상은 소비를 부추긴다. 나는 그런 것에 잘 흔들리지 않는 사람 중 하나라고 자부한다. 갖고 싶은 것이 없어서는 아니고, 갖고 싶은 물건이 애물단지되는 것이 스트레스인 사람이라 그렇다. 최대한 간편하게 살고 싶다.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본받고 싶다. 그렇다고 모든 면에서 자린고비를 자처하고 싶지 않은 아이러니한 마음도 있지만 <필요한 것을 최소한으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렇게 2024년은 드디어! 물건에 새 기운을 불어넣어 주고 비우고 정리하기를 시작했다.



1730709794619.jpg?type=w773 비우기 최고 난도는 단연 책과 일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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