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은 아들은 다르구먼
오빠에게서 전화가 왔었다는 기록이 폰에 남아있었다. 나중에 확인하고는 내가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오빠의 첫마디.
“우리 식구 다 차에 타 있고, 스피커 폰이니까 대답해 봐. 너 해외여행 간 적 있냐? “
“아니 왜 이러셔.. 나 결혼 전에 일 잘해서 하와이도 가고 홍콩도 다녀오고 했다고.”
“아 그랬지? 아니 고모가 해외혀행을 가 봤나?라는 얘기가 나와서 설마 나이 50이 다 되어가는데 안 가봤겠냐 하면서 확인 전화한 거야.”
“고모? 그럼 애들이 그랬다는 거구나!! 이 놈들.!!”
결혼하고는 갔었나 다시 묻길래 몇 년 전에 애들 다 데리고 코타키나발루 다녀왔던 얘길 했다. 애들이 어려서 이랬네 저랬네 하며 한참 얘길 나누고 통화를 마쳤다.
며칠 후,
올케언니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그때 왜 그런 얘기가 나왔냐 하면... 하면서 설명하길 친정엄마 얘길 하다가 80 평생 해외도 한 번도 못 가 본 엄마가 안쓰러워 나와 엄마, 오빠. 셋이서 한 번 가볼까 하는 얘길 했다는 거다. 그에 대한 내 대답에 올케언니가 빵 터졌다.
“왜 내 생각은 안 하는 거지? 80 평생 안 해 봤는데 나이 들어 다리 아프고 오래 앉아 있는 것도 힘든데 이제 와서 해 볼 필요가 있어요? 아, 몰라 몰라”
야박하고 정 없는 소리인 거 아는데 진심이었다.
몸은 젊은 날 많이 써서 여기저기 아프고 힘들지만 마음은 여전히 정정하셔서 명절에 1박 2일만 보내고 와도 나는 나와 남편을 포함한 우리 아이들까지 쥐락펴락 하고 싶어 하시는 말씀 듣고 오느라 지치는데 해외여행이라고? 난 자신이 없다. 엄마가 들으면 섭섭하시겠지만 진짜 그렇다. 올케언니와의 통화를 나름 깔깔 웃으며 가볍게 끝내고 잠깐 생각을 해 봤다. 오빠가 엄마를 막 생각하고 그러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나이 들면서 달라지긴 하는구나. 나는 엄마에 대해 짠한 마음 없는 것 아니지만 시간이 갈수록 버겁다고 느껴질 때가 많은데 말이다. 그런 생각 끝에 남편에게 말했다.
“역시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다른가 봐. 오빠가 엄마를 이만큼 생각하는 걸 보면. 나는 사랑 못 받고 자라서.. ㅎㅎ 우리 애들 많이 사랑해 줘야겠다.”
웃으며 얘기했는데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