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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래올 Nov 12. 2024

치즈볼과 커피

2호 미안

삼 남매 모두 치즈볼을 좋아해서 치킨 시킬 때마다 사이드메뉴로 한 번씩 시키고 있다.

딱 다섯 개가 한 세트라서 하나씩, 혹 안 먹고 싶어도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내 몫의 하나는 먹는다.

안 그러면 남는 하나를 누가 먹을 거냐 때문에 셋 다 잔뜩 예민해지기 때문에.


그날도 그래서 내 몫의 치즈볼을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치즈가 쏙 빠져 내 입속으로 들어오고, 튀김옷(?) 반쪽이 남았다.

그걸 보고 1호가 “저 주세요.” 했다. 이런저런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래.” 하고는 1호에게 줬는데 2호가 “으아니!!!” 1호도 2호의 반응에 멈칫했다.

“아, 엄마가 잘못했네. 세 개로 나눠줄까?”

“됐어요.”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밥을 다 먹고 난 식탁에서

“2호야, 2호가 타 주는 믹스 커피가 먹고 싶네.”

“오빠한테 타 달라고 하세요.”

상황을 지켜보던 남편이 키득키득 웃으며

“치즈볼 먹은 오빠가”

“아, 그런 거야? 2호야?”

끄덕끄덕.

“2호야, 엄마가 정식으로 사과할게. 미안해. 엄마 이런 실수 안 하려고 꽤 신경 쓰는 사람인데 놓쳤네. 미안”

옆에서 남편이 거들었다.

“엄만 외삼촌과 자라면서 맺힌 게 많아서 이런 거 신경 쓰거든.”


2호는 사과를 받아줬고, 무심하게 일어나 “아메리카노 마실 거죠?” 했다.

"응, 아이스 아메리카노”

사실, 처음 2호에게 주문했던 것은 ‘믹스커피’지만 아무렴 어때 화해와 용서의 의미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2호에게 말했다.

“나중에 엄마가 혹시 또 놓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얘기해 줘.”


야무진 2호.

나는 못 그랬지만, 꼭 자기 몫 챙기며 단단히 서길 바란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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