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부터 비싼 대학원 학비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나의 대학원 진학이 조직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내가 조직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1. 사내 강사로서 감정 돌봄 교육 기획 및 강의
직무 스트레스 완화/번아웃 예방 등 감정 돌봄 교육 콘텐츠를 기획하고, 직접 강의함으로써 구성원의 정서적 회복력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싶다. 희망 직원을 대상으로 심리 평가 및 진단 도구를 활용한 자기 이해 상담/워크숍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2. 차기 주니어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조직 활성화에 기여
담당자로서 2년째 주니어 이사회를 운영 중인데 타 부서로 이동하더라도 몇 년은 더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싶다. 주니어 이사회는 MZ 세대 몇 명으로 이루어진, 소통 활성화와 조직문화 개선을 목표로 활동하는 조직이다. 나의 경우, 예를 들면 신입 직원 대상 입사 교육에 참여하여 조직 적응 콘텐츠(서무 실무/관계 형성/감정 관리 등)를 만들어 전달하고 싶다. 그 밖에 심리학 기반의 갈등 조정과 커뮤니케이션 기법으로 조직 내 심리적 갈등을 완화하고 싶다.
3. 현장 부서 배치 시 민원 대응 경험 기반 콘텐츠 개발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며 현장 경험을 쌓고 싶다. 이 과정에서 민원 응대 직원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직원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현장 경험을 아카이브하여 관계 형성과 자기 회복을 포괄하는 민원 응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민원 유형을 분류하고, 심리학 기반의 대응 스크립트를 체계화하는 방안도 구상할 수 있을 것이다.
4. 인사팀 배치 시 EAP 기획 및 심리적 안전감 확산
직원들의 정신 건강을 지원하고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는 조직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싶다. 특히 감정노동/민원응대/야간근무를 하는 직원 보호를 위한 EAP를 다양화하고 싶다.
내가 실제로 해보고 싶고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방향 위주로 정리해 보았다. 이렇게 적고 보니 원하는 직무 경로가 한 방향으로 가는 것 같긴 하다. 현장 부서를 몇 년 돌다가 인사팀에서 교육/복지 등의 업무를 맡는 경로이다. 2년마다 부서가 휙휙 바뀌는 회사에서 혼자만의 직무 경로를 설정해 놓은 걸 옆에서 보면 어이없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어떤 환경에서든 자아실현하는 방법을 찾아 개척하며 살 것이다.
주변 선후배분들은 너무나 감사하게도 대학원 진학을 언급했을 때 나를 정말 응원해 주셨다. 지금 이 시기에 갈 수 있으면 무조건 가라는 선배님도, 희망 전공을 듣고 너무 멋진 전공이라고 말씀해주신 선배님도 계셨다.
그럼에도 자꾸 걱정이 드는 이유는 경영학이나 회사 업종 관련 전공이 아니면 심의에서 탈락할 수 있다는 주변 진학자를 비롯한 선배님들의 말씀 때문이다. 이 전공을 통해 나는 직무 스트레스, 조직문화, 민원 대응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다고 회사를 설득해야 한다.
선발 인원이 2명 이내라는 점도 마음에 걸린다. 다른 지원자들이 있을 수 있고, 대학원 진학 지원을 큰 혜택이라고 보는 시선이 일반적이기에 주변 시선도 다 이겨내야 할 것이다.
일단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 일도 열심히 하고, 서류도 열심히 쓰고. 방법은 그것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