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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면접을 마치며

by 유주

원서를 넣은 지 한 달 하고도 보름이 지났다. 그리고 오늘 오전, 드디어 면접을 봤다. 정말 기다려 온 순간이었다. 면접 대기장에 앉아 있는데 내가 진짜 여기까지 왔구나, 만감이 교차했다. 수험번호가 1번이었기에 거의 첫 타임에 들어갔다. 4~5명이 한 번에 보는 줄 알았는데 2명씩 들어가 살짝 당황했다.


기억으로는 6개 정도의 질문을 받았다.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로 시작해서 내가 면접관이라도 나에게 궁금했을 법한 질문들을 하셨다. 예컨대 심리학을 공부할 기회는 외부에서도 충분히 많은데 왜 대학원까지 오려고 하는지, 심리학을 공부해 본 적이 있는지 등. 아무래도 비전공자에 직장도 있는데 굳이 대학원에 오려고 하는 이유가 뭔지, 완주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셨던 것 같다.


자기소개서를 읽지 않으신 것 같은 느낌에 너무 아쉬웠지만 열심히 답했다. 심리적 어려움의 기반이 되는 학문을 깊게 공부해서 스스로 탐구하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배운 것들을 나누고 싶다고. 다소 거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공부가 제 인생의 테마라고도 생각한다고 답했다. 심리학 공부 경험 질문에는 임상심리사 2급 자격증 필기에 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때는 내가 뭐라도 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특별히 잘하지도, 그렇다고 망하지도 않은 면접이었다. 붙어도,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다만 자기소개서를 열심히 썼는데 반영이 안 되고, 다른 지원자들과 차별화도 안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완주하느라 고생했구나 싶다. 아무것도 몰랐던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절이 바뀌는 동안 내가 작은 걸음으로나마 계속 걸어왔다는 것만으로 이미 내게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대학원이 아니었다면 연구에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시작한 통계, 데이터, AI 공부도 이 정도로 열심히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원서 넣고 남는 시간에 데이터분석준전문가 자격증도 취득했고,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AI 챔피언 교육 과정도 수료했다.


입시 결과는 일주일 뒤에 나올 것이고, 12월 말에는 사회조사분석사 결과도 나올 것이다. 하반기에 목표했던 일들이 그때쯤 모두 마무리될 것이다. 합격이면 좋겠지만, 모든 건 내 손을 떠났으니 이제 하고 싶었던 일들, 특히 글 쓰면서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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