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제주로 이사를 왔다. 그것도 차로 25분 거리에. 멀리 있을 땐 잘 몰랐는데 가까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심적으로 엄청 든든하다.
친구 가족이 곁에 있으니 나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온 것 같다. 주말 놀이터에서 함께 놀러 온 가족들 모임이 그렇게 부러웠었는데 4명의 든든한 지원군과 함께 있으니 세상 다 가진 것 마냥 마음이 든든하다.
친구 소개를 잠깐 하겠다. 그 힘들었던 고3 시절을 함께 한 친구다. 내가 중등임용고시에서 두 번이나 낙방하고 힘들어할 때 과자 상자를 보내줘서 내 마음을 울렸던 친구다. 이런 친구가 타지에 함께 있으니 어찌 든든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 딸 아내와 함께 제주로 완전히 내려온 친구.그 결단력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고 보니15년 전에도 나를 깜짝 놀라게 했었다. 잘 나가는 직장을 휴직하고 아내와 세계여행을 간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자체도 놀랐지만 무사히 1년 동안 세계여행을 갔다 온 친구가 내 눈에 그저 대단하고 신비롭게 느껴졌었다.
다양한 나라에서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것을 봐서 그런 건지 친구는 마음이 항상 열려있고 생각이 자유롭다. 이 친구가 앞으로 어떤 인생을 펼칠지 내가 다 궁금하다.
집이 정리되어갈 즈음, 하루는 친구가 브런치로 차와 빵을 먹자고 하는데 기분이 참 묘했다. 이 커다란 제주도에 아는 지인 하나 없었는데 나를 초대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자체가 감사했다. 마음을 터놓고 진심으로 이야기 나눌 대상이 있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지 처음 느꼈다.
최근에 본애니메이션,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가 생각난다. 남자 주인공이 '산다는 건 어떤 거야?'라고 여자 주인공 사쿠라에게 물어보는 장면이 나온다. 췌장 병에 걸려 곧 죽을 여자 아이가 생각하는 산다는 건 뭘까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사쿠라가하는 말을 흰 노트에 받아 적었다. 적으면서 깜짝 놀랐다. 제주에 내려온 친구 때문에 최근에 내가 생각한 거랑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사쿠라가 한 말이다.
뭘까? 그래. 알았어. 산다는 건 말이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야.
사쿠라의 말처럼 산다는 건 친구랑 마음 편히 이야기 나누는 거였고, 맛있는 걸 함께 먹는 거였고, 빵 한쪽이라도 나누고 싶은 거였다. 그러고 보니 친구와메시지로 매일 이것저것 제주살이 정보교류를 수시로 하고 있었다. 맛있는 장소와 함께 찍은 사진 등을 나누고 있었다. 만화 속 사쿠라가 그렇게 살고 싶었던 삶을 함께 나누면서 지내고 있었다.
친구가 제주로 이사를 왔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친구 덕에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렇게 곁에 있어 무엇보다 든든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어 삶이 더풍성해졌다. 한 마디로 삶이 의미 있어졌다. '산다는 건 말이지...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이야'라고 웃으며 말하는 사쿠라 모습이 잊히지가 않는다. 그렇게 친구와 마음을 나누며 제주에서 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