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발견으로 만나는 전래놀이 그림책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이 한 마디는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OTT에서 만난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1편이 흥행하면서 2편 또한 주목을 받고 있다. 더불어 호기심 대상이 되고 있는 건 게임 속에서 나오는 우리나라 전래놀이다. 오징어 게임의 트레이드마크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면 1편에서는 딱지치기,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치기, 징검다리 건너기 등이 흥행했다면 2편에서는 공기놀이, 비사치기, 팽이, 제기차기 등이 주목받는다.
장난감과 인터넷이 없었지만 충분히 몸으로 놀고 놀이를 통해 배우며 성장했다.
그때 그 시절 신나게 놀았던 즐거움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책으로 놀이를 배우고 직접 몸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다행히 전래놀이로 이야기하는 그림책이 있어 반갑다.
(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천미진 글, 강은옥 그림 / 키즈엠 1019.08.19.
천미진이 쓰고 강은옥이 그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는 다양한 떡들이 등장한다.
무지개 떡, 시루떡, 가래떡, 꿀 떡 등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놀이를 시작한다.
가위바위보로 술래를 정하고 술래를 제외한 다른 떡들은 출발선에 서서 술래의 소리에 따라 움직인다.
술래가 된 무지개떡이 투덜거리며 전봇대로 향해요. 나머지 떡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출발선에 가지요. 잠시 뒤 시작되는 놀이. 무지개떡이 큰 소리로 외쳐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가 시작되지 마자 움직이는 떡들이 모습에 웃음이 터진다. 각 떡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놀이를 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내가 좋아하는 떡 이름도 맞춰보고 떡의 특징도 알 수 있으며 각자 좋아하는 떡을 응원할 수도 있다.
어쩜 떡 특징에 맞게 재치 있게 글을 쓰고 귀여운 그림을 그렸는지, 독자에게 전래놀이의 재미를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유아 4세부터 어른까지 다 읽고 전래놀이 할 수 있는 그림책이다.
2.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현단 글, 그림 / 이루리북스 2024.09.25.
보라색 옷을 입고 보라색 안경테를 한 소녀가 조용히 하라는 동작과 함께 길쭉한 그림책, 또 다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이다. 놀이는 아이들을 하나로 만든다.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서로의 벽이 사라진다. 놀이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다양하다. 보라색 글자로 쓰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주인공 소녀 희나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술래다. 앞을 못 보는 친구이기에 소리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한다. 소리를 낸 사람이 걸리면 다시 술래가 된다. 희나는 귀신같이 소리를 잡아낸다. 아이들은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을 사용하고 끝가지 참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미소가 번진다. 놀이에는 장애가 없음을 이 책에서는 말한다. 장애는 개성일 뿐 누구든지 함께 놀이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희나 가 장애가 있는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작가의 세심함이 깃들여있다.
누군가의 장애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임을 보여준다.
누구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할 수 있는 우정 있고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작가의 지혜롭고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그림책이다. 유아부터 어른까지 읽고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2) 딱지치기
3. 물렀거라! 왕딱지 나가신다 : 김홍신, 임영주 글 / 권영묵 그림 / 노란 우산 2016.07.15.
"와~ 선생님! 스트레스 풀려요."
탁, 빵 하고 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아이들이 딱지치기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딱지치기 그림책을 읽어보고 실제로 다 같은 재료 이면지로 딱지를 접어 놀이를 하게 했더니 얼굴에서 미소가 번졌다. 넘어가지 못하면 못하는 대로 아쉬움을 나타내고 넘어가면 그 짜릿함을 맛보며 함박웃음을 짓는 아이들 얼굴에는 공부로, 게임으로 찌든 얼굴은 찾을 수 없었다.
소설 <<인간시장>> 작가 김홍신의 유아 그림책이 출간되었다. 소설가 김홍신 이야기에 아동문학가 임영주 선생님의 풍부한 언어적 감성이 더해져 즐거움과 배움을 동시에 주는 그림책이다. 유치원생부터 초등 저학년까지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전래놀이와 조상들의 지혜에 생각하게 된다.
집에서 게임만 하는 한울이가 걱정이던 엄마 아빠는 여름 방학이 되자 한울이를 시골 할아버지 댁에 데려다준다. 게임기가 없어 무척 따분한 한울이에게 딱지놀이는 시시하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한울이는 할아버지가 접어준 딱지를 들고 공터에 나가 골목대장 준이와 딱지치기를 하게 된다. 처음에는 둘이 서로 이기려고 경쟁하다가 나중에는 좋은 친구가 된다. 둘은 동네 다른 아이들과 함께 개울에서 물장구치기, 물속에서 숨 오래 참기, 물싸움, 고기잡이놀이 등 게임보다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노는 게 훨씬 즐겁다는 걸 알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밖에 나가 노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 물론 뛰어노는 아이들도 있지만 휴대폰만 있으면 눈을 떼지 못하고 빠져드는 게 늘 안타까웠다. 게임기가, 장난감이 없어도 친구들과 온몸으로 놀았던 시절을 기억하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 즐거움을 전하면 좋겠다.
4. 딱지 딱지 내 딱지 : 허은순 글, 김이조 그림 / 현암사 2011.10.15.
딱지치기를 하다 보면 경쟁심이 불타오르기도 한다. 상대방의 딱지를 넘기기 위해 나만의 딱지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똑같은 조건에서 딱지를 만들어 딱지치기하다 수업이 끝나면 나만의 강력한 딱지를 만들어 노는 걸 보곤 한다.
허은순이 쓰고 김이조가 그린 <<딱지 딱지 내 딱지>>에서는 이런 아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
예전에는 어떤 종이로 딱지를 만들었는지 알게 되면서 직접 책에서 나온 재료를 찾아 딱지를 만들곤 한다.
우유갑으로 만든 딱지, 기름딱지, 껌 종이 딱지, 헐렁한 딱지 등 손으로 팔꿈치로 발로 꾹꾹 눌러 가며 접고 접어 튼튼하게 만든다. '딱'하고 소리가 나면 상대방 딱지를 뒤집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나만의 딱지 만드는 비법과 더불어 놀이의 즐거움도 일깨워준다. 꼭 이기는 것만이 제일이 아니라 양보하고 함께 나누며 즐거움을 공유하는 놀이야 말로 진정한 놀이의 의미임을 익힌다.
유아부터 어른까지 읽고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다. 누구 딱지가 제일 멋진지 하나밖에 없는 딱지 만들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이에게는 즐거움을 어른에게는 어릴 적 추억에 빠질 수 있는 그림책이다.
5. 반갑다! 대왕 딱지 : 임서하 글, 장준영 그림 / 키큰도토리 2020.09.18.
몇 년 전 학교에서 딱지치기 붐이 일어났었다. 그때 아이들은 종이 딱지가 아닌 고무딱지라고 불리는 플라스틱 딱지로 딱지치기를 했다. '저게 넘어가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이들은 상대편 딱지 넘기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에 미소를 지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임서하가 쓰고 장준영이 그린 <<반갑다! 대왕 딱지>> 그림책은 책 표지부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다.
다양한 딱지 모양이 숨겨져 있어 어떤 딱지들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두 주인공이 들고 있는 딱지 모양을 이야기하며 누가 이길지 추측도 해본다.
욱이는 작년 여름 방학 때 고은이에게 딱지치기를 진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완벽한 딱지를 만들어 고은이 딱지를 넘길 계획에 신나 있었다. 학교 친구들은 플라스틱 딱지로 하고 있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딱지는 종이라며 '천하무적 금딱지'를 챙기고 고은이가 사는 함읍리 고모네로 향한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동네 아이들과 딱지치기에 열을 올린다. 천하무적 금딱지 이름처럼 아이들 딱지를 차례대로 넘겨버린 욱이는 고은이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여유로운 고은이가 꺼낸 딱지는 빛바랜 딱지. 욱이는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에 금딱지로 내리친다. 하지만 고은이 딱지는 꼼짝도 하지 않았고 결국 금딱지는 고은이 차지가 되었다. 분한 욱이는 오자마자 딱지를 접지만 금딱지 미련이 남아 저녁이지만 고은이네로 향한다. 고은이 방에 있는 벽에 어디서 본 듯한 딱지를 발견한 욱이는 고은이에게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놀이에서 지면 다시 붙고 싶은 생각이 올라온다. 이번에는 기필코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다시 도전을 하는 욱이의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는 그림책이다. 단번에 아이들이 감정이입이 되어 푹 빠져든다. 이기려고 하는 욱이의 딱지치기와 아빠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즐겁게 치는 딱지치기는 왜 욱이가 지게 되는지를 알려준다.
(3) 그 외 전래놀이: 구슬치기, 팽이치기, 공기놀이, 제기차기
6. 돌아아! 팽이야 : 임서하 글, 유명금 그림 / 키큰도토리 2022.07.15.
어쩌면 전래 놀이 중에 가장 어려운 게 팽이치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줄도 잘 감아야 하고 돌아갈 때 잘 쳐야 하기 때문에 필이 요령이 필요한 놀이이다.
<<돌아라! 팽이야>> 에서는 정해진 규칙대로 행동하는 지호와 이를 비웃는 만식이가 갈등합니다. 그러던 중 섬마을에서 자유분방하게 지내온 희망이가 전학을 온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 같은 희망이는 교실에서 맨발로 뛰어다니기도 하고 고무줄놀이를 하는가 하면 돌멩이로 비석 치기도 한다. 한 번은 교실에서 돌린 팽이가 지호 발밑으로 굴러가게 되는데, 지호는 그런 희망이가 못마땅하다. "하지 마!"라는 소리만 계속하게 되는 지호, 그런 지호를 만식이는 핀잔하기 일쑤다. 저수지 빙판으로 놀러 갈 때도 지호는 걱정만 가득하다. 얼음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나오라고 소리친다. 한편으로는 춤을 추듯 돌아가는 팽이를 돌리는 희망이가 신나 보이고 그런 지호에게 희망이는 무지개무늬 팽이를 건네준다. 과연 지호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팽이를 돌릴 수 있을까?
놀이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멋진 그림책이다.
7. 굴러라! 왕구슬: 임서하 글, 도원 그림 / 키큰도토리 2023.06.08.
아이들끼리 싸우다 보면 어른 싸움이 되는 경우가 가끔 있다.
<<굴러라! 왕구슬>>은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되면서 다시 아이들은 사이가 좋아지는 이야기다.
민준이 동생은 한이에게 구슬을 다 뺏겼다. 민준이는 동생의 복수를 다짐하며 비장의 무기, 쇠구슬을 꺼내 든다. 쇠구슬만 있으면 한이의 왕구슬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진 구슬을 모두 걸고 한이와 민준이는 구슬치기를 시작한다. 쇠구슬 위력으로 민준이는 한이의 구슬을 차지한다. 구슬을 읽고 속상해하는 한이를 보고 이번에는 한이 아빠가 나선다. 어릴 때부터 경쟁자였던 민중이 아빠를 찾아가 대결을 펼친다. 멋진 대결이 될 줄 알았던 아빠들 대결은 엉망진창이었다. 반칙을 하거나 얕은꾀를 부리고 으르렁대며 난리 법석이었다. 이를 본 아이들은 실망하며 다시 저들끼리 구슬치기를 한다. 이번에는 왕구슬도 쇠구슬도 없이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한다. 마지막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놀이에서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 왜냐하면 함께 즐겁게 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기 때문이다.
8. 던져라! 공깃돌 : 임서하 글, 김민주 그림 / 키큰도토리 2019.08.19.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없다고 생각한다. 태어나자마자 걸은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뭔가를 시작할 때 제일 두려운 것은 다른 사람들은 다 하는데 나만 못한다는 사실이며 그 사실이 나를 지배할 때이다. 되든 안 되는 미리 포기하기보다는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 두렵기는 마찬가지니 해보고 두려워하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 해본 것과 아닌 건 천지차이임을 알기에 아이들 역시 실패해도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던져라! 공깃돌>>에서는 공기놀이를 전혀 알 줄 모르는 은지가 배우고 익혀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은지는 거제도에서 올라온 진구가 '짝꿍'이라고 부르는 게 밉다. 사투리를 쓰고 만나 짝꿍이라 부르는 게 밉기 때문이다. 그런 진구가 공기놀이 할 줄 모른다고 많은 아이들 앞에서 창피를 줬으니 은지는 진구가 정말 밉다. 언니 몰래 입고 온 옷 안에 하필 공기가 들어있었고 그걸 본 진구는 반 분위기를 공기놀이로 바꾸어 버렸다. 옆반에서는 딱지치기 대장을 뽑으니 우리 반에서는 공기 대장을 뽑자는 성일이 말에 반은 공기놀이하느라 정신없었다. 그런 모습에 은지는 이해하지 못하고 진구가 더 미울 뿐이다. 그러다 우연히 발로 던진 돌에 진구가 맞게 되고 달고나와 엿으로 진구에게 공기놀이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은지는 전혀 하지 못했던 공기놀이에 푹 빠지게 된다. 과연 은지는 공기대장 뽑는 날에 실력을 발휘할까?
9. 날아라! 똥제기 : 임서하 글, 여기 최병대 그림 / 키큰도토리 2017.10.30.
대결이나 시합에서 지면 많이 우울하고 속상하다. 이럴 때 어떤 방법이 좋을까?
요즘 아이들은 혼자 휴대폰을 보거나 게임한다.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아라고 해도 혼자 있는 게 좋다며 휴대폰만 보는 아이들을 보고 많이 안타깝다. 현대사회에서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지금 사용하는 휴대폰도 어울려 살아가기에 필요한 도구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동제는 용고마을 제가 차기 꼴찌다. 제기왕인 명한이는 동제를 꼴제기라고 놀리며 제기차기 놀이에 끼워주지 않는다. 어느 날 읍내에 다녀오신 할아버지가 동제에게 제기 하나를 주워다 준다. 깃털로 만들어져 알록달록한 제기이다. 멋진 제기를 친구들에게 자랑할 생각에 동제는 신이 난다. 그러나 그만 황소 황덕이가 싼 똥 속에 제기가 빠지고 만다. 친구들은 동제 제기를 보고 똥제기라 놀린다. 속이 상한 동제는 제기로 발로 톡 걷어차는데, 이게 웬일인가. 이상하게도 제기가 잘 차지는 것이다. 동제는 친구들 놀림도 잊은 채 제기차기 연습에 몰두한다. 그리고 용골마을 제기왕 명한이에게 도전장을 내민다. 과연 제기왕은 누가 될까? 동제는 제기왕 명한이를 이길 수 있을까?
전래놀이에 대한 그림책은 많지 않다.
어릴 절 동네에서 흔히 놀았던 놀이는 이제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시대가 되었다.
AI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지금, 어쩌면 미래에는 인공지능하고 친구가 되어 전래놀이를 할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을 다루는 기술도 필요하지만 주변의 있는 도구로 충분히 놀고 즐길 수 있는 전래놀이를 아이들이 잊지 말고 온몸으로 신나게 놀며 배웠으면 좋겠다. 더불어 전래놀이 관련 된 그림책들이 많이 출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놀이는 아이를 성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