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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승주 Mar 07. 2024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징

잘가(가지마), 행복해(떠나지마)

경계선 성격장애의 특징

‘여자친구가 경계선 성격장애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이 저를 못 믿고 저에 대한 집착이 너무 심해요. 혹시 경계선 성격장애 아닐까요?’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해서 한두 번이라도 들어보거나 접해본 적이 있을것이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현재 교제 중인 이성 친구 또는 배우자의 성격과 행동을 묘사하면서 경계선 성격장애가 아닌지,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묻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얼마 전 모 연예인이 스스로 경계선 성격장애를 앓고 있다고 용기 있게 밝힌 이후, 뉴스 기사가 쏟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경계선 성격장애는 도대체 무엇일까?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글들처럼 단순히 ‘너랑 헤어지면 나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말하는 이별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은 모두 경계선 성격장애일까?


물론 이별이나 분리에 대한 극심한 공포는 경계선 성격장애의 핵심 증상 중 하나다. 그러나 경계선 성격장애에서는 ‘헤어짐’이 아니라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이 지배적입니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는 정서적 불안이 심한 편이며 대인관계에 있어 매우 불안정하며 극단적인 자세를 보인다.


연인, 가족, 친구 등의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고 있다고 느낄 때에는 그 사람을 극찬하고 지나치게 이상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 돌보는 사람이 곁에 없을 때면 외로움과 공허함 등의 우울 증상을 경험한다. 어떠한 이유로든 그 사람과의 관계를 잃을 수 있다는 위협이 발생하면, 이제껏 따뜻한 모습으로 이상화되었던 그 사람의 이미지가 잔인한 박해자의 이미지로 격추된다. 결국 그 사람과의 이별이 가까워지면 버려짐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발생하여 이를 막기 위해 분노를 표출하거나 자해 및 자살 시도 등의 위험한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경계선 성격장애의 또 다른 특징은 감정과 생각이 쉽게 바뀐다는 점이다. 특히 자신에게 잘해주던 사람이 돌변하여 자신을 홀대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심하게 화를 내는 등 감정이 급속하고 격렬하게 바뀔 수 있다. 또한 대인관계에 관련하여 거절 및 비판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도 감정 기복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감정 변화는 대부분 수 시간 이내 원래대로 돌아오는 편이며 수 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에 더하여,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해, 자살 시도 및 위협 등의 자살 관련 행동은 경계선 성격장애에서 매우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실제로 자신을 해하거나 목숨을 끊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버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일종의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충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목적이 무엇이든 자해 또는 자살을 빈번하게 시도하는 건 맞으며, 실제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의 자살 위험은 일반 대중에 비해 약 40배가 높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은 질환의 이름 그대로 ‘경계’에 서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는 모습으로 대인관계에 임하게 된다. 자신을 보살펴주는 누군가를 얻게 되어도 온전히 행복하지 못하고, 그 사람에게 버려질 것 같은 극심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공허하고 초조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경계선 성격장애의 치료로는 상담을 통한 정신치료가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치료를 통해 치료진과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을 연습함으로써 경계선 성격장애의 증상은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성격장애라는 진단명이 마치 그 사람의 성격이 이상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긴 하지만, 성격장애는 엄연히 질환이다. 단순히 그 사람이 ‘성격적으로’ 이상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여타 다른 질환과 동일하게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성격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사람이 이상하다고 폄하하지 말고, 반드시 적절한 치료를 받아보자. 주변에 위와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치료를 권해보기도 하자. 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그들에게는 따뜻한 시선과 도움의 손길이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저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디스턴싱(Distancing) 팀을 이끌며 인지치료사와 함께 '거리두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인지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울, 불안, 무기력, 번아웃 등의 문제로 고민 중이라면, 아래에서 디스턴싱을 만나보세요.


출처: https://orwell.distancing.im/blog/border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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