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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up L Sep 18. 2024

맑은 물

진수는 운동백을 열고 하나씩 물건을 확인했다.
"운동화, 수건, 웨이스트밴드, 스킨 겸 로션, 선블록크림, 샴푸와 바디워시 세트"
하나씩 확인을 하고 지퍼를 닫고 바로 집을 나섰다. 헬스장은 집에서 5분 거리였다. 직선거리로는 얼마 안 되지만 건물을 빙 둘러서 정문으로 들어간 후 다시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기 때문에 그나마 그 정도 걸리는 것이었다. 실제 헬스장은 진수의 단지 바로 건너편에 있는 주상복합 건물에 있었다.
"안녕하세요"
진수가 들어가면서 인사를 건넸다. 사근사근하고 약간 야한 느낌의 달라붙는 운동복을 입고 있는 여자분 대신 사장님이 카운터에 앉아 있었다. 사장님도 운동을 꽤 하시는 걸로 알고 있지만 운동하는 모습을 직접 본 적은 없다. 자신이 운동을 하거나 직접 가르치면 손님이 떨어져 나갈 거라고 웃으면서 몇 번 이야기한 적은 있지만 의외로 다혈질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운동시키는 데에도 욕심이 많아서 계속 몸을 혹사당한다고 생각한 회원들이 도망간다는 것인지 알 길은 없었다.
"안녕하세요. 미영 씨는 지금 여자 샤워실에 있어요."
관장님이 묻지도 않는 말에 설명을 하면서 얼굴이 싱글벙글이다.
"무슨 일 있어요? 기분 좋아 보이시는데요?"
"아니, 그동안 몇 번 신고해 주신 거 있잖아요? 샤워실..."
진수가 몇 번 신고한 일이라면 샤워실에서 소변냄새가 난다고 한 것을 말하는 것이 틀림없었다. 샤워실에 들어가면 누군가 소변을 보고 도망가면 코를 찌르는 특유의 냄새가 나서 바로 관장님을 불러오곤 했다. 카운터에 미영 씨가 앉아 있을 때도 관장님은 사무실을 비운 적이 거의 없었다.
"네, 샤워실 그... 냄새요?"
"네, 맞아요. 그거 이제 약 뿌렸으니까 더러운 냄새는 걱정 안 해도 돼요."
"그런 약이 있어요?"
"알아보니까 무슨 효소 어쩌고 하면서 냄새나는 성분만 분해해서 거의 소금물 상태만 놔두고 나머지는 냄새 안나는 기체로 만들어버린다고 하더라고요."
"신기한데요?"
"이게 계속 누가 소변을 보면 살아남을 거라서 상관이 없는데 그렇지 않으면 중간에 수돗물 약품 때문에 먹을 게 없어서 죽을 거라더군요. 그래서 6개월에 한 번씩은 뿌려야 한대요. 냄새날 때마다 뿌려도 되지만 이것도 구독이 있어서 가입하면 한 달에 만원으로 된다니까 이익이죠. 한 번 그냥 뿌리면 10만 원이거든요."
"약이 10만 원이나 해요? 효과가 있으려나..."
"시중에 팔면 위험할 수도 있어서 자기들이 직접 뿌려야 한대요. 대신 효과 없으면 안 해도 된다고. 대신 처음 두 번은 3만 원에 해 주기로 했어요. 구독을 하는 것보다도 싼 거죠. 저기 전철역 앞에 커다란 헬스장 있죠? 거기도 이거하고 나서는 컴플레인이 없어졌다더라고요. 효과가 있기만 하다면 뭐. 그렇게 소변보지 말라고 해도 말이 안 통하니까요."
"근데 그것도 구독이에요? 요즘은 죄다 구독이네."
"그러게 말이에요. 예전에는 회원제나 정액제,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요즘은 죄다 구독이에요. 구독이 정기적으로 알아서 가져다주면 읽는, 그런 잡지 같은 거 얘기인 줄 알았더니 약도 구독이래요. 하하하"
"그럼 이제 저도 샤워실 들어갈 때 긴장하고 문 여는 일은 없겠네요. 효과가 있어야 할 텐데요."
"걱정마십쇼. 돈값은 하겠죠."
진수는 웃으면서 탈의실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었다. 예전에는 운동복도 가지고 왔었는데 땀에 절은 옷을 집에 가서 세탁하는 건 문제가 없었지만 며칠 그러고 나니 가방에서도 땀냄새가 나기 시작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어차피 샤워할 때는 벗어서 통에 넣고 샤워가 끝나면 입고 온 옷을 다시 입으니 별 문제는 없었다. 양말이 조금 찜찜했지만 집에 가서 발만 다시 씻고 새 양말을 꺼내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한여름에는 아예 집에서 운동복을 입고 나와서 운동 후에 샤워를 하지 않고 바로 집으로 가는 일도 가끔 있기는 했다. 어차피 한여름에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라도 걷기만 하면 온몸이 땀범벅이 되기 때문이었다.
운동복을 다 입고 운동을 하러 나가려다 문득 다시 들어와서 샤워장 문을 살짝 열어 보았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전에는 맡아보지 못했던 샴푸 냄새도 살짝 나는 것 같았다.
'효과가 있나 보네. 혹시 모르지 이따가 샤워실이 젖어 있을 때는 어떨지.'
진수는 다시 문을 닫고 나와 헬스장으로 들어갔다. 입구에 다시 미영 씨가 앉아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아깐 관장님이 앉아 있었는데."
"아, 네. 아까 약 뿌린다고 사람들이 왔는데 여자 샤워실 차례라서 그 앞에서 회원님들께 양해 좀 구하느라구요. 약 다 뿌릴 때까지 샤워실 앞에 있었어요."
"여자 샤워실에도 뿌려요?"
"말도 마세요."
미영의 뺨이 살짝 빨개졌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차린 진수는 더 말하지 않고 목례만 한 다음 정수기로 가서 종이컵에 물을 두 컵 따라 마시고 바로 벤치프레스에 가서 앉았다.

진수의 운동패턴은 간단했다. 열두 번씩 네 세트, 그렇게 세 가지 운동. 몸의 어느 부위가 뻐근하다는 생각이 들면 첫 번째 운동을 빼고 마지막에 뻐근한 부위에 도움이 되는 운동을 붙인다. 그렇게 해서 총 열두 번씩 열두 세트만 끝나면 집으로 돌아갔다. 하루에 한 시간을 넘기지 않는 운동이었다. 욕심을 내 보았지만 한 시간을 채우기만 해도 하루의 리듬이 다 깨져서 오히려 힘들어졌다. 게다가 새벽에는 많이 하든 적게 하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느긋한 오후에는 모르겠지만 새벽에는 모두 짬을 내어 나온 사람들이어서 그런지 자기 운동에 신경 쓰는 것만으로도 지친 표정들이었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사십오 분만에 운동을 끝냈다. 운동하는 양이 많지 않지만 3년을 넘기면서부터는 확실히 체력이 좋아진 느낌이 난다. 게다가 지금 6년째에 접어들면서부터는 운동하는 티가 난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었다.
'역시 꾸준한 게 최고야.'
탈의실로 들어가는 문 옆 벽에 붙어 있는 전신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을 보며 진수가 생각했다. 문을 열고 탈의실로 들어가 옷을 벗고 샤워도구와 수건을 꺼냈다. 벗은 몸을 다시 한번 거울로 보고 조금 더 운동하는 양을 늘리면 몸이 더 좋아질까, 하는 생각을 했다가 회사에서 졸렸을 때를 다시 기억하곤 고개를 힘껏 젓고 샤워실로 들어갔다.
샤워실은 아까와 똑같은 냄새만 날 뿐이었다. 흐릿하게도 지린내가 나지 않았다. 틀림없이 사방이 젖어 있는 것이 자신이 운동하는 동안 누군가가 샤워를 했을 텐데도 그랬다.
'오, 약이 효과가 있는 보군. 안심해도 되겠어.'
진수는 뜨끈한 물을 틀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물의 물줄기와 온도를 즐겼다. 수증기가 어느 정도 생기자 통풍팬이 동작하기 시작했다. 머리에 샴푸를 묻히고 거품을 냈다. 그리고 살짝 물줄기 쪽으로 다시 와서 물이 가슴으로 떨어지게 하고 소변을 보았다. 소변이 튀면 냄새가 여기저기서 날 수 있기 때문에 성기를 붙잡고 물줄기가 다리를 타고 내려가게 했다. 물의 온도와 샴푸 냄새와 튀지 않게 하는 요령, 이렇게 세 가지가 바로 남들이 소변을 보는 것을 지적하면서도 자신은 한 번도 걸리지 않은 비결이었다.
소변을 다 보고 그제야 머리에 잔뜩 매달려 있는 샴푸 거품을 씻어내었다. 샴푸 거품이 온몸을 타고 내려온다. 눈을 감은 채로 클렌징폼을 짜서 세수를 하고 머리와 얼굴을 모두 씻어냈다.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머리카락에 스며들어 있을 물기를 짜내다시피 한 후에 다시 거울을 보았다. 머리가 떠 있을 때와 물로 쫙 달라붙어 있을 때의 얼굴이 다른 것 같다. 그때 진수는 발밑에 벌레 같은 것이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 얼른 시선을 발 근처로 내렸다.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뭔가가 움직였다.
다리에 아무 느낌도 없는데 뭔가 물방울이 움직이는 것 같다.
샤워를 하다가 물방울이 움직이는 게 이상할 게 없다. 그런데 물방울이 아래로 흘러 내려가는 게 아니라 위로 올라오는 것 같다. 그것도 기존의 물방울을 뚫고 올라오는 것 같다. 물방울들을 만나는데 전혀 커지지 않는다. 피부에도 아무 느낌이 없다. 무릎 위로 올라온다. 허벅지에서도 아무 느낌이 나지 않는다. 털 사이를 헤집고 다녀도 아무 느낌이 없다. 어디까지 올라오는지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가운데로 향한다. 어? 성기 쪽으로 가는 것 같은데 시선을 고정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만 눈에 띄게 초점 없이 보고 있자니 투명한 다른 것이 허벅지에 또 있다. 역시나 털에서 방향을 바꾼다. 저게 뭐지? 갑자기 성기 근처에 있는 것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요도 끝이 따끔하면서 뭔가가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소변을 볼 때와 정확히 반대의 느낌이 난다.
진수는 놀라서 얼른 물을 틀었다. 물을 틀고 허벅지에 있는 것을 떨어뜨리기 위해 손으로 쓸어내렸다. 손으로 쓸어내리는 순간에 어떤 생각이 들었지만 설마, 하고 머릿속에서 지웠다. 그리고 벌레 같은 것이 올라오지 못하게 온몸을 얼른 바디워시로 박박 씻었다.

샤워하고 나와서 평소처럼 옷을 입고 나왔는데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졌다. 그것도 조금 급하게. 미영 씨에게 인사하자마자 얼른 건물 밖으로 나왔다. 집에 빨리 가서 소변을 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보통 소변의 느낌이 나다가 급해지는 것과는 달리 벌써 자신의 의지와 다르게 옷에 쌀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헬스장 건물로 다시 들어가서 화장실에 갈까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는 자신의 집이나 헬스장이나 걸리는 시간은 똑같았다. 그러다 엘리베이터 도착 직전에 요도 끝의 근육이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이다. 진수는 카메라에 찍히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문 앞에 붙어 있다가 문이 열리자마자 후다닥 현관문으로 가서 문을 열고 그대로 들어갔다. 누군가 있어서 보았어도 신경 쓰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던 것이 확실하지만.
화장실에 가서 바지와 팬티를 벗었다. 다 젖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바지에는커녕 팬티에도 아무것도 묻어 있지 않았다. 보통 이런 느낌이 들면 모조리 젖어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소변을 지리는 게 아니라 아예 힘이 풀려서 싸버린 느낌이었는데?
멍한 기분으로 서 있는데 또다시 갑자기 급한 느낌이 들어 이번에는 변기에 조준을 하고 기다렸다. 힘을 주면서 근육을 푸는데,
"피유"
하는 소리가 났다. 요도에서는 소변 대신 가스가 나오고 있었다. 그제야 헬스장 사장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소변의 냄새나는 성분을 분해해서 가스로 만든다고. 그래서 소금물 성분만 남을 거라고. 그 말이 맞다면, 그 말은 가스도 나오자만 실제 소금물 성분만 남은 소변을 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가스가 생겨서 먼저 지금 나온 거고, 실제 소금물 성분도 많아지면 똑같은 느낌으로 소변을 봐야 하는 거라는 뜻이었다.
'그 둘을 어떻게 구분하지?'
그것보다도, 사장이 구입했다는 그 약 때문이라면 아까 샤워하면서 본 투명한 물방울 같은 것이 바로 그 약에서 서식한다는 효소라는 놈이 틀림없었다. 그놈이 방광으로 들어간 건가?
진수는 바지를 벗은 채로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지금 와서 헬스장에 가서 그동안 샤워장에 소변을 보던 것이 나고 약 뿌린 지 얼마 안 돼서 소변을 보다가 약에 있는 이상한 생물이 몸속으로 들어갔으니 어떻게 해 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실제 소변을 볼 때와 가스가 나올 때의 구분도 안 가는 상태에서 버스를 탔다가 소금물이라도 바지를 적시는 일을 감수할 생각도 없었다.
'아, 그렇지. 그 느낌이 혹시 구분이 갈 수도 있잖아? 오늘 하루만 일단 기다려 보자.'
그리고는 바로 전화를 걸어 하루 휴가를 내겠다고 했다. 곧바로 부장에게 다시 전화가 와서 책임감이 어쩌고 하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 말을 듣는 와중에도 가스 때문에 화장실에 세 번이나 다녀와야 했다.
전화를 끊고 물을 두 잔 더 마시고 침대에 누웠다. 소변이 마려워졌다. 요도를 타고 물이 채워지는 느낌이 났다. 그전에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각이었다. 가스가 찰 때와 비교가 되니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요도 끝가지 묵직한 액체가 채워진 느낌이 나자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았다. 역시나 이번에는 가스가 아니었다. 아무 전조증상 없이 급해지면 가스인 모양이었다.
진수는 옷을 모두 입고 바닥에 누워서 빈둥거렸다. 혹시나 틀려도 옷만 젖지 온 바닥에 소변이 흐르게 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배달음식을 시켜서 점심을 먹고 누워서 넷플릭스만 보았다. 요도로 가스가 차면 가스를 뀌고 소변이 마려우면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았다. 한 번의 실수도 없었다. 밖에 나가서 화장실을 찾을 여유가 없을 정도로 갑자기 급해지면 그대로 힘을 풀어도 소변 대신 가스만, 그것도 아무 냄새 없는 가스만 나올 테니 걱정이 없어졌다. 일종의 자신감이었다.

오후 네 시가 되자 한 번 밖에 나갔다 와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해야 할 일이니까. 요도로 힘을 풀고 가스를 내보내는 걸 알고는 있지만 방에 앉아서 하는 것과 사람들 다 있는 곳에서 하는 건 다른 일이었다. 그때, 아랫배에서 찢어지는 느낌이 났다
"으악"
갑자기 배가 아팠는데 소화가 되지 않아서, 혹은 술 마신 다음날 배가 아픈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맹장인가 싶었지만 그런 건 오른쪽 아랫배였던가 그렇지만 지금 아픈 곳은 배꼽 근처였다. 그것도 콕콕 쑤시거나 하는 게 아니라 칼을 계속해서 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통증이 갑자기 멎었다.
잠시 배를 붙잡고 누워 있던 진수는 통증이 너무 순식간에 멈춰서 손가락이 하얗게 되도록 배를 붙잡고 있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너무 몸에 새로운 반응이 나서 적응이 되지 않아서 긴장을 하고 있었나 보다고 생각하고 다시 나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대충 청바지와 흰 티를 입고, 별로 이상한 게 없는지 확인하고 배낭에 여분의 청바지와 남방을 넣었다. 갈아입고도 소변이 묻으면 남방을 허리에 감을 생각이었다. 그때 요도로 가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삐이, 삐이"
가스가 나오는데 느낌이 조금 이상했다. 가스의 양이 아까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 바람에 방귀처럼 소리도 나기 시작했다.
'소리가 난다니. 이래서는 나가기 힘든데..."
현관에 한참 서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는데 가스가 멈추지 않았다. 거의 2분 가까이 서 있었나? 갑자기 고환 근처가 저린 느낌이 나기 시작했다. 뭔가 밖에 나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다시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가스가 계속 나오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 팬티가 축축했다. 화장실로 들어가 바지를 벗고 다시 팬티를 벗었다. 가스가 나오면서 소리가 나고 있었는데 소리가 끊길 때마다 물이 튀듯이 함께 나오고 있었다. 이건 냄새나는 소변이 아니라 소금물에 가까운 거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계속 나오는 건 곤란했다.
'기저귀라도 사 와야 하나?'
하지만 기저귀를 사 오려고 해도 밖으로 나가야 가능한 이야기였다. 지금으로서는 집안에 갇혀 있는 셈이었다. 소변을 분해하고 있으니 일단 소변을 끊어서 가스도 물도 나오지 않게 해 놓고 얼른 나가서 기저귀든 생리대든 사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속 편하게 아랫도리를 수건으로 덮고 화장실 앞에 누웠다.

진수는 잠깐 잠에 들었다. 누군가 진수의 성기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유사성행위를 하듯 살짝 잡고 흔드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선생님이 회초리를 들고 휘두르듯이 그렇게 휘두르고 있었다. 그게 누구인지는 볼 수 없었다. 아랫도리 대신 얼굴 위에 수건이 씌워져 있었다. 성기를 잡고 흔드는 사람이 소리를 질렀다.
"누가 거기다 소변을 보랬어? 왜 그랬어?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야! 내가 널 죽이는 게 아니라고! 네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 끝내준다는 소리를 어디서 듣고 와서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면 하늘을 나는 기분 운운한 사람 잘못이라고 몰고갈 거냐?"
그런데 말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떨리면서 진수의 성기를 흔드는 속도도 빨라졌다. 진수는
'이 사람이 지금 뭘 하려는 거지?'
라고 생각을 하면서 성기를 잡았다. 성기는 가만히 있었다. 아니 조금 떨리는 정도였다. 손을 놓자 다시 흔드는 것 같았다. 그제야 진수는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다. 손으로 잡아서 확인을 하니 흔드는 게 아니라는 걸 눈치챈 것이었다. 다시 눈을 떴다. 이번에는 꿈이 아니라 현실로 돌아와 깨어났다. 얼굴에 수건 따위는 덮여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성기가 흔들리는 느낌이 났다. 진수는 눈을 비비고 팔을 뒤로 기대고 앉았다. 무슨 꿈이 그 모양인지. 그리고 수건을 보자 수건이 온통 빨갰다.
"이게 뭐야?"
놀라서 수건을 획 걷어내자, 성기 끝에서 가스와 함께 피픽 소리를 내면서 피가 튀는 것이 보였다. 오줌이 아니라 피였던 것이었다. 가스가 나오는 세기도 조금 더 세 져서 그 때문에 성기 끝이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피를 보자 진수의 머릿속이 더욱 하얘졌다.
'아까 나가서 헬스장에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올 걸 그랬나? 안 멈추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미 헬스장이 문제가 아니라 허벅지까지 저려서 걸어갈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끝도 저려오기 시작했다.
'피가 빠져서 그런가 보다. 벌레가 들어가서 어디 상처가 났나?'
하지만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진수는 깨달았다. 더 이상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생각을 한다고 해서 답이 나오지는 않으니까. 결론은 하나였다. 죽는다. 진수는 결국 죽을 테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성기를 피 묻은 수건으로 감싸고 새 수건을 세 개 잡히는 대로 꺼내 텔레비전 앞으로 가서 넷플릭스에서 보던 영화를 다시 재생했다.
죽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수건은 계속해서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지만 피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빨간색은 헤모글로빈... 철분... 녹슨 쇠 성분... 그래서 빨갛지...'
머릿속도 흐려지는 것 같았다. 누가 손목을 만지는 것 같았다. 팔을 들었다. 손목에 정맥이 지나간다. 파란색이다. 예쁘다. 정맥으로 뽈록 뽈록한 방울이 러간다. 공기방울이겠지.
'아 가스가 생기는구나... 혈관 속에서도...'
진수는 팔을 내렸다. 다시 앞을 보았다. 그렇게 영화 한 편이 끝나고 저절로 다음 영화가 틀어졌다. 알아서 취향에 맞게 틀어주는 건가 보았다. 하지만 다음 영화는 끝까지 보지 못했다. 눈앞으로 기차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뭔가가 계속해서 지나가며 시야를 가리는데 눈알이 터질 것만 같아서 눈을 감았다. 진수는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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